
킬리안 음바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월드컵 최고의 골잡이로 공인 받는 순간에도 킬리안 음바페(24·파리 생제르맹·PSG)는 환하게 웃지 못했다.
프랑스는 19일(한국시간)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2카타르월드컵 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를 만나 연장까지 120분 동안 3-3으로 맞선 뒤 승부차기에서 2-4로 석패했다. 2018년 러시아대회에 이은 월드컵 2연패는 아쉽게 무산됐지만, 역대 결승전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명승부를 연출했다.
그 중심에는 프랑스의 슈퍼스타 음바페가 있었다. 이날의 주인공이 ‘라스트 댄스’를 우승으로 마무리한 리오넬 메시(PSG)였다면, 음바페는 그를 뛰어넘는 조연이었다. 후반 23분 랑달 콜로 무아니(프랑크푸르트)의 헤더가 나올 때까지 프랑스는 슛을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다. 자칫 ‘역대급’ 졸전으로 끝날 듯했던 경기 흐름을 음바페가 뒤집었다.
음바페는 0-2로 뒤진 후반 35분 콜로 무아니가 유도한 페널티킥(PK)을 성공시켜 추격을 알렸다. 1분 뒤에는 마르쿠스 튀랑(묀헨글라트바흐)의 패스를 오른발 발리슛으로 마무리하며 2-2 동점을 만들어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메시에 추가골(연장 후반 3분)을 내줘 2-3으로 패색이 짙던 연장 후반 13분에는 PK골로 다시 3-3 균형을 맞췄다. 골든부트(최다득점)를 예약한 대회 8호골로,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의 제프 허스트(잉글랜드) 이후 56년 만에 결승전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한 선수가 됐다.
승부차기 1번 주자로 나서 골망을 흔들었지만, 음바페에게 월드컵 2연패는 허락되지 않았다. 결승전 후 시상식에서 골든부트 수상자로 호명됐지만, 그의 얼굴에선 미소를 볼 수 없었다. 이날 경기장을 찾아 “우리를 자랑스럽게 해줬다”는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위로도, “월드컵 결승전에서 엄청난 업적을 세웠다”는 디디에 데샹 프랑스 감독의 칭찬도 소용없었다. 각각 골든볼(최우수선수)과 골든글러브(골키퍼상)를 받고 기뻐하던 아르헨티나의 메시와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애스턴빌라) 옆에 서서 쓸쓸한 표정을 지었을 뿐이다.
우승은 아쉽게 놓쳤지만, 음바페는 이날 메시로부터 ‘축구의 신’ 자리를 물려받을 자격을 당당히 입증했다. 2차례 월드컵 출전에서 12골을 터트린 그는 본선 통산 골에서 메시와 쥐스트 퐁텐(프랑스·이상 13골)을 바짝 추격했고, 이 부문 1위인 미로슬라프 클로제(독일·16골)와 간격도 크게 좁혔다. 24세에 불과한 그는 앞으로도 월드컵에 3번은 더 출전할 수 있다. 브라질의 ‘축구황제’ 펠레는 “음바페는 결승전에서 승부차기를 포함해 4골을 넣었다. 축구의 미래를 본 것 같은 대단한 선물이었다”고 앞날을 응원했다.
이승우 기자 raul16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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