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C인삼공사 엘리자벳. 사진출처 | KGC인삼공사 배구단 SNS

KGC인삼공사 엘리자벳. 사진출처 | KGC인삼공사 배구단 SNS


KGC인삼공사를 지탱하는 엘리자벳(23)의 엄청난 존재감은 ‘양날의 검’이다. 엘리자벳의 위력이 강해질수록 국내선수들의 손끝은 무뎌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삼공사 선수단은 ‘공격이 안 되면 수비로 버틴다’는 의지다.


인삼공사는 21일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벌어진 IBK기업은행과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6-24 18-25 25-21 25-15)로 이겼다. 승점 19(6승9무)를 쌓아 4위로 도약한 인삼공사는 3위 한국도로공사와 간격을 좁힐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승리의 선봉장은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엘리자벳이었다. 홀로 46점을 쓸어 담는 괴력을 뽐냈다. 백어택으로 19점, 블로킹으로 4점을 뽑는 등 다방면에서 활약했다. 공격점유율(47.95%)과 공격성공률(58.57%) 모두 무시무시했다.


엘리자벳의 존재감은 이번 시즌 인삼공사의 가장 큰 무기인 동시에 아킬레스건이다. 3라운드가 한창인 현재 그는 리그에서 독보적인 득점 선두(436점)이다. 공격성공률도 45.35%로 3위다. 그러나 엘리자벳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 평균 공격점유율 41.83%로 모마(GS칼텍스·42.28%)에 이어 리그에서 2번째로 높다. 그에 비해 국내선수들의 득점 지원은 턱 없이 부족하다. 엘리자벳의 폭발적 화력에도 불구하고 인삼공사는 팀 득점 부문에서 7팀 중 5위(1265점)에 불과하다.


4위로 도약한 이날 경기에서도 국내선수들의 득점 지원은 여전히 부족했다. 하지만 수비로 크게 기여하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고희진 인삼공사 감독이 경기 전부터 강조한 리시브에서 국내선수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세트스코어 1-1로 맞선 3세트에 이소영과 채선아가 투지를 불태웠다.

KGC인삼공사 엘리자벳. 사진출처 | KGC인삼공사 배구단 SNS

KGC인삼공사 엘리자벳. 사진출처 | KGC인삼공사 배구단 SNS


고 감독은 “엘리자벳이 좋은 공격을 했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인 3세트에는 이소영의 수비 하나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채선아가 투입되면서 (리시브가) 나아졌다”며 “어쩔 수 없이 공격이 약해지지만, 승리를 위해 리시브가 필요하다. 앞으로도 그런 역할을 해준다면 감독으로서 고마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긴 레이스에서 이 같은 ‘몰빵 배구’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공격이 집중되면 체력적 부담은 시간이 흐를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엘리자벳은 “내가 팀을 도울 수 있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다. 높은 점유율은 전혀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지만, 국내선수들이 수비뿐 아니라 공격에서도 짐을 나눠야 한다.

이승우 기자 raul16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