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KB손해보험-한국전력전, 28일 현대캐피탈-OK저축은행전에선 잇달아 판정과 비디오판독을 놓고 경기가 중단되는 소동이 빚어졌다. 판정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결국 ‘오심’으로 확인된 27일 경기 4세트 도중 판정에 항의하는 KB손해보험 후인정 감독(왼쪽). 의정부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27일 KB손해보험-한국전력전, 28일 현대캐피탈-OK저축은행전에선 잇달아 판정과 비디오판독을 놓고 경기가 중단되는 소동이 빚어졌다. 판정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결국 ‘오심’으로 확인된 27일 경기 4세트 도중 판정에 항의하는 KB손해보험 후인정 감독(왼쪽). 의정부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비디오 판독에도 오심…오버네트 논란 소지
최근 프로배구의 심판 판정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판정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와중에 치명적 오심이 발생하면서 불신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

27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경기 4세트 도중 KB손해보험 후인정 감독은 한국전력 박찬웅의 터치네트에 대한 비디오판독을 신청했다. 박찬웅의 팔이 네트에 닿는 장면이 명백하게 보였지만, 판정은 ‘노터치’였다. 명백한 오심이었다. 심판진은 뒤늦게 터치네트를 확인했지만, 판정 번복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튿날 한국배구연맹(KOVO)은 오심을 인정하고 심판 및 경기위원에게 최대 3경기 배정 제외 징계를 내렸다.

28일에도 판정 시비가 일었다.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벌어진 남자부 경기 3세트 OK금융그룹 곽명우가 2단 공격으로 득점했지만, 전영아 부심은 네트터치를 선언했다. OK금융그룹 석진욱 감독은 비디오판독 신청했고, 노터치로 확인돼 득점이 인정됐다. 이에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오버네트에 대한 비디오판독을 추가로 신청했지만, 심판진은 오버네트가 아니라고 판정했다.

최 감독은 세트와 공격 상황에 따라 오버네트 판단 기준이 다른 점을 들어 명확한 설명을 요구했다. 약 7분간 이어진 항의에 최성권 주심은 최 감독에게 세트 퇴장을 명했다. 경기 후 최 감독은 “오버네트로 확신을 했기 때문에 항의가 길어졌다. 퇴장 상황에서도 항의를 심하게 하거나 욕설을 한 것은 아니다”며 간접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29일 KOVO 관계자는 “오전에 해당 판정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데, 정심으로 결론을 내렸다”며 “이번 시즌 오버네트를 다시 비디오판독 대상으로 포함시킬 때 각 구단에 교육을 한 바 있는데, 워낙 어려운 판정이다 보니 혼동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28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도드람 V-리그‘ 남자부 현대캐피탈과 OK금융그룹 경기에서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이 비디오판독 결과에 대해 전영아 부심에게 항의하고 있다. 천안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28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도드람 V-리그‘ 남자부 현대캐피탈과 OK금융그룹 경기에서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이 비디오판독 결과에 대해 전영아 부심에게 항의하고 있다. 천안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최 감독의 항의는 오버네트 판정에 대한 어려움에서 비롯된 것이다. 조선행 KOVO 심판실장은 스포츠동아에 “오버네트는 기준점을 잡는 게 매우 어렵다”며 “세터의 경우 세트를 하는 순간, 공격자의 경우 공을 히트하는 순간 손이 네트의 수직선상을 넘어선 안 된다. 단, 공격자의 경우 히트 이후 손이 넘어가는 건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간주한다”고 설명했다. 즉, 공의 위치와 관계없이 공에 닿은 순간의 손 위치가 네트의 수직선상을 넘어가면 오버네트 반칙이 된다.

정확성과 무관하게 앞으로 비디오판독을 향한 불신이 커질 수 있다. 정확한 판정을 위해 도입됐지만, 연일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현재 비디오판독을 위해 총 25대의 카메라(중계 화면 겸용 13대·판독 전용 12대)가 운영되고 있는데, 모두 중계사가 주체다. 적지 않은 숫자지만, 오버네트와 같이 미세한 차이로 갈리는 판정에는 한계가 있다.

KOVO 관계자는 “네트 수직선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카메라를 설치해야하는 것이 맞지만, 국내 경기장의 구조에서 오는 차이 때문에 오차가 발생한다”고 인정했다. 국제무대에서 사용되는 각종 판독장비가 있지만, 리그에 도입하기에는 그 비용을 아직 국내배구계가 감당하기 힘든 실정이다.

이승우 기자 raul16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