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쟁력 외쳤지만 퇴보한 한국야구, 외형적 성장에 ‘자가도취’한 10년

입력 2023-03-13 16: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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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국제경쟁력 강화를 외친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밑천이 다 드러났다. 한국야구는 지난 10년간 외형적 성장에만 치중한 것일까.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야구국가대표팀은 13일 제5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 1라운드(B조)에서 탈락의 쓴맛을 봤다. 이날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호주-체코전에서 호주가 3승(1패)째를 거두고 B조 2위로 2라운드(8강) 진출을 확정하면서 한국의 희망은 완전히 사라졌다. 2013년 제3회, 2017년 제4회 대회에 이어 3회 연속 WBC 1라운드 탈락이다.

이번 대표팀은 무려 10년 전부터 이어진 ‘첫판 징크스’를 이번에도 떨쳐내지 못했다. 2013년에는 네덜란드와 1차전에서 0-5로 패한 여파로 끝내 탈락했고, 2017년에는 고척스카이돔으로 이스라엘, 네덜란드, 대만을 불러들이고도 이스라엘, 네덜란드와 1·2차전에서 내리 져 안방 탈락의 수모를 당했다.

이번 대표팀의 당초 목표는 미국 라운드(준결승·결승) 진출이었다. 2006년 제1회 대회 4강 진출, 2009년 제2회 대회 준우승의 성과를 낸 만큼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자 했다. 그러나 경기력은 기대치를 한참 밑돌았다. 모든 초점을 맞췄던 호주와 첫 경기(9일)부터 7-8로 져 큰 충격을 안겼다. 특히 강백호(KT 위즈)가 세리머니를 펼치다 베이스에서 발이 떨어져 태그아웃당하고, 3루주자 박해민(LG 트윈스)이 상대 포수가 홈을 비웠음에도 득점하지 못하는 등 집중력 부족까지 드러나 더욱 패배를 납득하기 어려웠다.

일본전(10일)은 수모, 치욕 등 어떤 표현을 써도 모자란 졸전이었다. 3회까진 그동안 ‘국내용’ 꼬리표를 떼지 못했던 양의지(NC 다이노스)가 선제 2점홈런을 치고, 선발등판한 김광현(SSG 랜더스)이 일본의 간판스타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를 삼진으로 잡는 등 분위기가 좋았지만, 그 기쁨이 오래가진 못했다. 그 뒤가 문제였다. 이 감독이 체코전(12일) 선발투수로 내정했던 박세웅(롯데 자이언츠)을 당겨 써 콜드게임 패배를 겨우 면하기 전까진 등판한 투수들이 모두 1이닝을 버티는 것조차 버거워했다. 이의리(KIA 타이거즈), 김윤식(LG)은 4사구만 6개를 내주며 흔들렸다. 이정후(키움 히어로즈·4타수 2안타)를 제외한 타자들도 일본투수들의 빠른 공과 현란한 변화구에 기를 펴지 못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야구가 세계야구 최강국 결정전을 표방하는 WBC에서 한계를 드러낸 지도 어느덧 10년이 됐다. 그동안 10구단 체제로 리그 규모를 키웠고, 2015년 프리미어12 우승 이후에는 2016년 800만 관중과 2017년 역대 최다 840만 관중을 기록했으나, 정작 우물 밖에서 이 인기는 무색했다. 과거에는 리그 수준을 차치하더라도 정예 멤버를 꾸리면 세계 강호들과 붙어볼 만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허구연 KBO 총재는 최근 5년간의 관중감소 추세에서 벗어나 인기를 회복하기 위해 토미 현수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등 한국계 빅리거의 대표팀 합류까지 추진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이를 뒷받침할 국내선수들의 실력이었다. 한국야구가 외형적 성장에 도취된 동안 이들은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했다.

도쿄 |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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