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복순’ 전도연 “이제 액션 영화는 졸업할래요” [인터뷰]

“‘칸의 여왕’ 전도연의 액션, 보고 싶지 않았나요?”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은 지난달 31일 공개된 후 단 3일 만에 1961만 시청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비영어 영화 부문 1위를 차지해 단숨에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걸작이 가득한 필모그래피를 가진 전도연을 처음 액션 오락영화의 주인공으로 내세워 정면 돌파가 아닌 “측면 승부”를 하려 했다는 변성현(43) 감독의 전략이 제대로 통한 셈이다.
영화는 성공률 100%를 자랑하는 청부살인업체에서 일하는 킬러이자 중학생 딸을 키우는 엄마인 길복순에 대한 이야기다. 시나리오도 없는 상태로 “겁 없이 전도연을 캐스팅”한 후 그의 실제 모습을 관찰하며 시나리오를 썼다는 변 감독은 “엄마 전도연과 배우 전도연의 큰 간극을 엄마와 킬러로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호기심에 처음으로 시나리오를 보지 않고 출연을 결정했다는 전도연(50)도 “다양한 작품을 하고 싶었던 내게는 너무나 흥미로웠던 기회”라고 돌이켰다.

● ‘길복순’에서 킬러로 변신한 전도연

“차트 순위 도움될까 집에서 계속 스트리밍”
“액션으로 할 수 있는건 다 했다고 생각해요”


상상도 못 했다. 전도연이 극중 이마트에서 산 3만 원짜리 도끼 하나로 사무라이 검을 든 야쿠자와 대결을 벌이고, 5명의 킬러와 몸싸움을 벌여 죽을 때까지 밟아버린다. 강렬한 와인 빛 수트를 입고 매직펜 하나로 킬러 연습생을 제압하는 건 그 중 압권이다.

전도연은 처음 시도한 액션과 자신의 이미지 변신에 짜릿한 쾌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영화 ‘밀양’ 같은 사실적인 연기만 하는 배우가 아니라는 걸 증명해 보일 수 있어서 가장 기쁘다고 했다.

“차트 순위까지 좋으니 한숨 돌린 기분이에요. 혹시 순위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스트리밍하듯 영화를 집에서 계속 틀어놓고 있다니까요. 하하.”

강도 높은 액션을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근육을 만들기 위해 4개월간 술도 마시지 않고 생전 처음으로 식단 조절을 했다.


“촬영 전까지 액션 연습을 정말 열심히 했는데 첫 촬영에서 연습한 만큼 안 나오니까 너무 속상했어요. 주변에서는 ‘그만큼 했으면 충분해’라고 하는데도 계속 욕심이 났어요. 후반 작업의 힘도 컸어요. 덕에 잘하는 것처럼 나온 것 같아 만족해요. 이번 영화로 액션으로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생각해요. 이제 액션영화는 졸업할래요.”

‘길복순’에 앞서 17년 만에 택한 로맨틱 코미디 tvN ‘일타스캔들’도 최고 시청률 17%가 넘는 등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중학교 3학년인 딸이 “친구가 엄마 팬이다”라며 사인을 엄청나게 받아갈 정도다.

“많은 분이 저에게 그런 모습을 보길 원하셨구나 싶더라고요. 사실 제가 보고 싶던 제 모습이기도 해요. 모니터 하면서 웃는 모습이 저렇게 예뻤구나 싶더라고요. 하하.”

최근에는 예능 나들이에도 나섰다. 유튜브 콘텐츠 ‘출장 십오야’에 나서 인물 퀴즈 문제를 틀린 뒤 눈물까지 보인 그는 “원래 승부욕이 심하다. 변 감독을 집으로 초대해 딸과 보드게임을 하다가 승부욕에 울기도 했다”며 웃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서울예술대학교 91학번 동기 유재석과 재회했다. 반가워하며 친분을 드러낸 유재석과 달리 장난스럽게 선을 그으며 어색해 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안겼다.


“저는 옆에서 유재석 씨를 보는 것 자체가 신기했어요. 저를 그렇게 절실하게 친구로 원하는지 몰랐거든요. 그런데도 녹화 끝나고 전화번호는 알려주시지 않던데요? 제가 (번호를)달라 하긴 좀 그랬지만 먼저 주실 줄 알았어요. 하하하!”

‘요즘 전도연이 (흥행)작두를 탔다’는 이야기까지 나오지만 그는 오히려 새삼스럽다는 반응이다. “전도연은 항상 작두를 타고 있었어요!”이승미 기자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