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발목 잡은 범실 2위’ 대한항공, 머릿속 ‘코끼리’ 지워야 할 때

입력 2024-01-10 17:2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대한항공 틸리카이넨 감독. 스포츠동아DB

대한항공 틸리카이넨 감독. 스포츠동아DB

“갑자기 ‘핑크 코끼리를 떠올리지 말라’고 하면 오히려 떠올리게 된다.”

대한항공은 지난 시즌 막판 선두 수성에 어려움을 겪었다. 5라운드에는 2승4패에 그쳤다. 이 때문에 현대캐피탈에 승점 1 차이로 추격을 허용했다. 시즌 내내 굳건했던 선두 자리가 위협당한 것은 당시 미흡했던 범실 관리 탓이었다.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은 “지난 시즌 내가 갑자기 ‘핑크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는 말을 하면 오히려 그 대상을 더 생각하게 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더욱 생각하게 되는 법이다. 선수들에게 ‘범실을 줄이자’고 말하는 것도 같은 이치”라며 특정 생각에 매몰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 시즌 지금이 바로 대한항공 선수들에게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대한항공은 올 시즌 가운데 4라운드 들어 가장 주춤했다. 지금까지 4경기에서 1승이 전부다. 상대보다 범실 관리가 되지 않아서 패한 경기가 대부분이다. 4라운드 첫 경기였던 지난해 12월 29일 OK금융그룹전에선 상대(12개)보다 2배 이상 많은 범실 28개를 범하면서 셧아웃 패배를 당했고, 새해 첫날에는 올 시즌 한 경기 범실 개수(33개)가 2번째로 많았던 탓에 한국전력과 풀세트 접전 끝에 무너졌다. 반면 범실 16개로 관리가 잘 된 편인 5일 우리카드전에선 셧아웃 승리로 악순환을 잠시 끊을 수 있었다.

9일에는 최하위 KB손해보험에도 덜미를 잡혔다. 임동혁, 정한용, 정지석 등 주포들의 공격력은 내세울 만했지만, 이번에도 범실(24개)이 아쉬웠다. 1세트에는 포지션 폴트와 서브 범실 등으로 공짜로 6점이나 내줬다. 2세트에는 초반부터 앞서가다가 범실 때문에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27-27에선 정지석의 공격 범실로 세트 포인트마저 내줬다. 단독 2위로 올라설 문턱에서 조급함 탓에 승기를 잡을 수 없었다. 대한항공은 시즌 범실 492개로 이 부문 2위가 됐다.

틸리카이넨 감독이 개막에 앞서 강조한 사항도 되새겨야 할 때다. 그는 “‘범실을 줄이자’는 말보다는 행동”이라며 “스스로 보고 싶어 하는, 보여주고 싶어 하는 모습이 있지 않느냐. 그 모습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 더 집중하자”고 말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