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항공 틸리카이넨 감독. 스포츠동아DB
대한항공은 지난 시즌 막판 선두 수성에 어려움을 겪었다. 5라운드에는 2승4패에 그쳤다. 이 때문에 현대캐피탈에 승점 1 차이로 추격을 허용했다. 시즌 내내 굳건했던 선두 자리가 위협당한 것은 당시 미흡했던 범실 관리 탓이었다.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은 “지난 시즌 내가 갑자기 ‘핑크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는 말을 하면 오히려 그 대상을 더 생각하게 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더욱 생각하게 되는 법이다. 선수들에게 ‘범실을 줄이자’고 말하는 것도 같은 이치”라며 특정 생각에 매몰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 시즌 지금이 바로 대한항공 선수들에게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대한항공은 올 시즌 가운데 4라운드 들어 가장 주춤했다. 지금까지 4경기에서 1승이 전부다. 상대보다 범실 관리가 되지 않아서 패한 경기가 대부분이다. 4라운드 첫 경기였던 지난해 12월 29일 OK금융그룹전에선 상대(12개)보다 2배 이상 많은 범실 28개를 범하면서 셧아웃 패배를 당했고, 새해 첫날에는 올 시즌 한 경기 범실 개수(33개)가 2번째로 많았던 탓에 한국전력과 풀세트 접전 끝에 무너졌다. 반면 범실 16개로 관리가 잘 된 편인 5일 우리카드전에선 셧아웃 승리로 악순환을 잠시 끊을 수 있었다.
9일에는 최하위 KB손해보험에도 덜미를 잡혔다. 임동혁, 정한용, 정지석 등 주포들의 공격력은 내세울 만했지만, 이번에도 범실(24개)이 아쉬웠다. 1세트에는 포지션 폴트와 서브 범실 등으로 공짜로 6점이나 내줬다. 2세트에는 초반부터 앞서가다가 범실 때문에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27-27에선 정지석의 공격 범실로 세트 포인트마저 내줬다. 단독 2위로 올라설 문턱에서 조급함 탓에 승기를 잡을 수 없었다. 대한항공은 시즌 범실 492개로 이 부문 2위가 됐다.
틸리카이넨 감독이 개막에 앞서 강조한 사항도 되새겨야 할 때다. 그는 “‘범실을 줄이자’는 말보다는 행동”이라며 “스스로 보고 싶어 하는, 보여주고 싶어 하는 모습이 있지 않느냐. 그 모습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 더 집중하자”고 말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