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스포츠동아 DB
개명 효과는 컸다. 개명 이후 20㎝ 이상 성장한 정호영은 선명여고 시절부터 국가대표팀에 발탁됐고, 프로에서도 190㎝의 큰 키를 앞세운 블로킹과 속공으로 입지를 굳혔다. 스스로도 “개명 당시 지금 이름이 너무 남자 같아 강하게 거부했었다”며 “그러나 어머니와 지인들이 ‘예지보다 호영이 더 예쁘다’고 격려해주셔서 결국 개명했다. 당시 철학관에서 ‘이름에 예자가 들어가면 좋지 않다. 예지로 살게 되면 한 번 불릴 이름이 호영으로 살게 되면 100번 이상 불리게 된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그 말씀대로 이뤄진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개명 효과는 올 시즌에도 유효하다. 정호영은 올 시즌이 ‘블로퀸’ 등극의 적기라고 생각한다.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에서 세트당 블로킹 3위(0.70개)에 오르며 순항하고 있는 그는 최정민(IBK기업은행·0.83개), 양효진(현대건설·0.79개)과 격차를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블로킹 여왕 등극을 점칠 수 있는 낙관적 요소가 많다. 지난 2시즌 동안 정호영의 세트당 블로킹은 각각 0.59개와 0.68개였다. 올 시즌까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팀 동료 박은진(187㎝)과 호흡도 준수하다. 선수 시절 미들블로커였던 고희진 정관장 감독도 “한국여자배구를 위해 (정)호영이가 (박)은진이와 함께 더 성장해야 한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정호영 역시 최정민, 이다현(현대건설), 이주아(흥국생명) 등 또래 미들블로커들과 선의의 경쟁을 다짐하고 있다. 단순히 키만 큰 선수가 아니라 국제무대에서도 경쟁력 있는 선수가 되고 싶어서다. 정호영은 “경쟁자들 대다수가 외발 공격을 구사할 수 있다. 특히 이주아와 이다현은 스피드와 속공이 좋아 나도 이들처럼 속공 시 더 빨리 떠서 강하게 공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점프만큼은 내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늦게라도 상대 공격을 쫓아가 블로킹을 해냈을 때와 세트된 공을 속공으로 때려낼 때 희열을 느낀다”며 “국제용 미들블로커가 될 수 있는 방법을 반드시 찾아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