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찬.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리고 기적을 만들었다. 후반 추가시간 1분 포르투갈 수비진을 붕괴시킨 주장 손흥민(32·토트넘)의 절묘한 패스를 받은 황희찬은 침착하게 역전 결승골을 터트렸다. 한국축구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대회 이후 2번째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확정하는 순간이었다. 당시 대표팀은 부상 이슈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벤투 감독은 끊임없이 선수단 의무팀을 독려하며 황희찬의 컨디션에 관심을 쏟고 그라운드 복귀에 정성을 기울였다고 알려진다.
그로부터 1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64년 만에 아시아 정상 복귀를 선언하며 2023카타르아시안컵에 출전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독일) 체제의 현 대표팀이 처한 상황도 그때와 비슷하다. 흐뭇한 추억이 가득한 곳에 다시 왔지만, 대표팀은 여전히 황희찬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2023~20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폭풍 질주하며 기대감을 높인 황희찬은 뜻밖에도 엉덩이 부상을 당했다.
이번에도 100% 전력을 구축하지 못한 가운데 ‘클린스만호’는 조별리그 E조 1, 2차전에서 기대이하의 결과를 얻었다. 15일 바레인과 1차전에선 3-1로 이겼으나, 20일 요르단과 2차전은 2-2로 비겼다. 결과도 아쉽지만, 내용은 훨씬 처참했다. 25일 알와크라 알자누브스타디움에서 펼쳐질 말레이시아와 3차전의 부담이 커졌다.
황희찬. 스포츠동아DB
대표팀의 화력은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 특히 요르단전 2골은 상대 반칙에 의한 페널티킥과 자책골에서 나왔다. 최전방을 책임진 조규성(26·미트윌란), 오현규(23·셀틱) 등 정통 스트라이커들의 부진이 거듭되는 가운데 공격 2선과 전방에 힘을 실어줄 사실상 유일한 카드는 황희찬뿐이다.
‘클린스만호’는 벤치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역대급 전력을 보유하고도 플레이는 매끄럽지 않다. 게다가 상대는 우리의 수를 훤히 읽고 있다. 바레인전에서 돋보였던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과 이재성도 요르단전에선 아쉬웠다. 지금은 황희찬처럼 조금 단순해도 확실하게 상대 진영을 파괴하고 수비 부담을 늘려줄 공격수가 필요하다.
클린스만 감독은 “복귀와 출전은 선수, 의료진과 조율한다. 대회는 길고 우리는 (결승전까지) 7경기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여유를 갖고 몸 상태가 확실할 때 기용하겠다는 의사였다. 다만 황희찬은 결전을 하루 앞둔 24일 도하 알에글라 트레이닝센터에서 진행된 대표팀 훈련을 소화하며 복귀가 임박했음을 알렸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