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대표팀은 31일(한국시간) 알라얀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사우디아라비아와 대회 16강전에서 연장까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겼다. 후반 킥오프 직후 압둘라 라디프에게 선제골을 내준 가운데 패색이 짙던 추가시간 조규성(미트윌란)의 극적 동점골로 기사회생한 뒤 승부차기에서 골키퍼 조현우(울산 HD)의 신들린 선방으로 8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한 고비를 넘겼지만 ‘클린스만호’를 둘러싼 우려는 아직도 크다. 플랜A만 고집하다보니 스쿼드가 경직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출범 이후 첫 장기간의 국제대회인 카타르아시안컵에선 유연한 대처가 필요했지만, 사령탑은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이미 16강행을 확정한 상태임에도 말레이시아와 조별리그(E조) 최종 3차전(3-3 무)에 주전들을 대거 내세워 체력은 물론 카드 관리에까지 부담을 자초한 게 단적인 사례다.
우려는 결국 현실이 됐다. 주전들의 체력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사우디를 상대로 연장까지 120분을 소화했다. 16강전을 마친 뒤 이틀을 더 쉬는 8강전 상대 호주보다 회복시간이 적은 가운데 혹을 붙인 꼴이다. 한국은 2월 3일 오전 0시30분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호주와 8강전까지 불과 이틀밖에 쉬지 못한다. 게다가 호주가 이번 대회에서 21명의 선수를 기용하며 체력을 안배한 것도 한국에는 부담이다. 한국은 총 18명을 투입했다.
16강전까지 4경기 모두 풀타임을 소화한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한 핵심 자원들의 체력은 물론 이기제(수원 삼성)와 김진수(전북 현대)의 컨디션 난조로 부담이 커진 설영우(울산 HD)의 몸 상태도 우려스럽다. 설영우는 사우디전 막판 체력 고갈로 수비 전환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였지만 대체자가 마땅치 않아 끝내 120분을 모두 책임졌다.
이럴 때일수록 벤치의 역할이 중요하다. 선수들의 빠른 회복과 운영의 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 사이드백 소화 경험이 있는 이순민(대전하나시티즌)의 기용, 사우디전처럼 3백을 가동해 측면수비수들의 부담을 줄이는 방법 등 아직 선택지가 남아있다. 클린스만 감독이 호주전을 준비하면서 어떤 해법을 찾을지 궁금하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