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플러스 챔피언십 4라운드 마지막 18번 홀에서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간 뒤 포효하고 있는 김주형. 김주형은 스코티 셰플러와 벌인 1차 연장에서 아쉽게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크롬웰(미 코네티컷주) | AP뉴시스
“연장까지 가서 졌다고 해서 ‘내가 망쳤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경험을 더 큰 도약의 계기로 삼겠다.”
시즌 첫 승이자 통산 4승을 눈앞에 뒀던 ‘영건’ 김주형이 연장 접전 끝에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에 패해 아쉬운 준우승을 차지했다. 셰플러는 시즌 6승 고지에 올랐다.
김주형은 24일(한국시간) 미국 코네티컷주 크롬웰의 TPC 리버하일랜즈(파70)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마지막 시그니처 대회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총상금 2000만 달러․278억 원) 4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1개를 묶어 4타를 줄였다. 3라운드까지 사흘 내내 리더보드 최상단을 지켰던 김주형은 5타를 줄인 셰플러와 최종합계 22언더파 258타 동타를 이룬 뒤 18번(파4) 홀에서 열린 1차 플레이오프에서 두 번째 샷을 벙커에 빠트려 보기를 적어내고 아쉽게 정상 문턱에서 물러났다.
1타 차 단독 선두로 셰플러, 악샤이 바티아(미국)와 함께 챔피언 조에서 출발한 김주형은 셰플러, 잰더 쇼플리(미국)에게 초반 공동 선두를 내줬다가 6번(파5) 홀에서 첫 버디를 낚아 단독 선두를 탈환했다. 8번(파3) 홀에서 1m 파 퍼트를 놓쳐 공동 3위로 내려앉은 뒤 10번(파4) 홀에서 2.7m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다시 공동 선두에 복귀하는 등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쳤다. 셰플러에게 1타 뒤진 18번 홀에선 3m 버디 퍼트를 앞둔 상황에서 기후 위기 시위자들이 필드에 난입, 5분여 가까이 경기가 중단되는 해프닝 속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버디에 성공해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지만 플레이오프에서 세컨 아이언 샷이 짧아 그린 앞 벙커에 빠진 것이 뼈아팠다.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시즌 최고 성적인 준우승으로 상금 216만 달러(30억 원)를 손에 넣은 김주형은 “나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매우 가까웠고, 이는 매우 멋진 일이었다. 만약 내가 우승했다면 정말 행복했겠지만, 그럴 운명이 아니었을 뿐이다. 나는 다시 기회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 초부터 극심한 슬럼프로 고생하기도 했던 그는 “올해 들어 많은 것을 배웠다”며 “내가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은 채 열심히 하면 결과는 따라오는 것이고, 실제로 그것이 이번 주에 일어났다. 이번 주 경험을 배움의 기회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3라운드를 1타 차 공동 2위로 마쳤던 셰플러는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몰아쳐 역전 우승을 달성해 비제이 싱(피지), 타이거 우즈(미국), 닉 프라이스(짐바브웨)에 이어 네 번째로 시즌 6승에 성공했다. 우즈가 시즌 6승 이상을 6번 달성했기 때문에 횟수로 따지면 9번째 기록이 된다. 우승상금 360만 달러(50억 원)을 보태 2024시즌 상금 2769만를 넘어서 단일 시즌 최다 상금 경신 행진을 이어간 셰플러는 “정말 멋진 시즌”이라면서 “운 좋게도 이렇게 우승을 할 수 있었다. 정말 즐겁다”고 말했다.
임성재는 버디 5개, 보기 1개로 4타를 줄여 합계 20언더파로 톰 호기(미국)와 함께 공동 3위에 자리했고, 김시우는 10언더파 공동 31위로 대회를 마쳤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