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플레이·원더클럽 오픈 4라운드 1번 홀에서 세컨 샷을 하고 있는 허인회. 사진제공 | KPGA
3라운드까지 선두 장유빈(16언더파)과 공동 9위 허인회(11언더파)는 5타 차였다. 4타 차 단독 1위로 나선 장유빈은 4라운드 초반 한때 6타 차까지 달아나며 손쉽게 우승을 차지하는 듯했다. 하지만 부담감 탓인지 타수를 줄이지 못하고 오히려 뒷걸음질을 쳤고 허인회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버디 7개와 보기 1개로 6타를 줄여 먼저 합계 17언더파로 경기를 끝냈고, 챔피언조 장유빈이 18번(파5) 홀에서 1m도 채 되지 않는 파 퍼트를 놓치며 둘만의 연장 승부가 성사됐다.
18번 홀에서 열린 1차 연장. 남자 골프 선수로는 보기 드문 노랑머리를 휘날리는 등 평소 ‘괴짜 천재 골퍼’로 불리는 허인회는 페어웨이에서 291m를 남기고 드라이버로 세컨 샷을 했다. 투온보다는 웨지샷 거리를 줄이기 위한, 괴짜다운 ‘발상의 전환’이었다. 허인회는 이를 바탕으로 먼 거리 버디퍼트를 먼저 성공시켜 장유빈을 압박했다. 승부가 끝난 것 같았지만 장유빈 역시 중압감 속에서 버디에 성공하며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같은 홀에서 핀 위치를 바꿔 이어진 2차 연장. 나란히 티샷이 벙커에 빠진 두 사람의 대결은 세 번째 웨지샷에서 갈렸다. 먼저 친 허인회의 샷은 홀컵 약 2.5m 거리에 떨어졌지만 백스핀이 걸린 장유빈의 샷은 허인회보다 두 배 이상 먼 거리에서 멈췄다. 장유빈의 버디 퍼트가 빗나간 것을 확인한 허인회는 결국 2.5m 버디 퍼트에 성공하며 기나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허인회가 30일 인천 클럽72CC 하늘코스(파71)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비즈플레이·원더클럽 오픈(총상금 7억 원) 4라운드에서 6타를 줄여 장유빈과 합계 17언더파 267타 동타를 이룬 뒤 2차 연장 끝에 우승상금 1억4000만 원을 품에 안았다.
지난해 9월 iMBank 이후 9개월 만에 거둔 시즌 첫 승이자 투어 통산 6승째.
허인회는 “1차 연장에서 세컨 샷으로 친 것은 미니 드라이버였다. 우승을 욕심내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과감히 시도할 수 있었다”고 털어놓은 뒤 “단독 2위도 잘했다고 생각했고, 연장까지 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우승까지 차지해서 너무 기쁘다”고 밝혔다.
프로 전향 이전인 지난해 8월 군산CC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장유빈은 프로 첫 우승을 눈앞에 뒀지만 허인회라는 큰 산에 막혀 정상 문턱에서 아쉽게 주저앉았다.
김영수가 합계 15언더파 3위에 올랐고, 김한별과 옥태훈이 나란히 14언더파 공동 4위로 대회를 마쳤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