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태권도는 2024파리올림픽에서 종주국의 자존심을 회복하려 한다. 7일(한국시간)부터 첫 주자로 나서는 박태준이 금빛물꼬를 튼다면 서건우, 김유진, 이다빈(왼쪽부터)의 메달 레이스도 탄력을 받을 공산이 크다. 스포츠동아DB
한국태권도는 2024파리올림픽 목표로 ‘종주국의 자존심 회복’을 내세웠다. 2020도쿄올림픽에서 사상 초유의 노골드에 그쳤고,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수확하는 데 그쳤다.
태권도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2000시드니올림픽 이후 제대로 위기가 찾아왔다. 각국 전력평준화로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그랑프리 등 어떤 국제대회에서도 금메달을 장담하기 힘들어졌다. 태권도국가대표팀 이창건 감독 역시 “올림픽에서 각 종목마다 깜짝 우승자가 나와도 이상할 게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는다. 파리올림픽에서 최소 목표인 ‘금메달 1개 이상, 출전 전 종목 입상’을 이뤄낸다면 한국태권도가 다시 절대강자의 자리를 되찾을 것이라 믿는다. 이 감독은 올림픽에 나설 박태준(경희대), 김유진(울산광역시체육회), 서건우(한체대), 이다빈(서울시청)과 지난달 25일(한국시간) 파리 현지에 입성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첫 주자 박태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박태준은 7일 그랑팔레에서 요한드리 그라나도(베네수엘라)와 남자 58㎏급 16강전을 시작으로 금메달 도전에 나선다. 올해 2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체급 최강자 장준(한국가스공사)를 꺾고 올림픽행 티켓을 거머쥔 만큼 기세는 대표팀 내 최고다. 이 감독이 지목한 금메달 후보 1순위이기도 하다.
이 체급에서 한국은 아직 금메달이 없다. 이대훈의 2012런던올림픽 은메달이 역대 최고성적이다. 박태준이 새 역사를 쓰면 한국태권도가 재도약 발판을 마련할 수 있고, 잇달아 출격할 김유진~서건우~이다빈에게도 큰 힘이 될 수 있다.
한국태권도 역사상 처음으로 남자 80㎏급에 출전하는 ‘중량급 간판’ 서건우의 포부도 인상적이다. 지난해 12월 그랑프리파이널에서 한국에 사상 첫 남자 80㎏급 금메달을 안긴 그는 “최초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는 말로 박태준과 기분 좋은 사고를 치려 한다. ‘언더독의 반란’을 꿈꾸는 여자 57㎏급 김유진 역시 “한국태권도의 김연경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대회에 임한다.
도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맏언니’ 여자 67㎏ 초과급 이다빈의 동기부여도 주목할 만하다. 일각에선 숱한 부상에 시달린 그가 올림픽이 끝난 뒤 태극마크를 반납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다빈의 ‘라스트 댄스’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파리|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