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정]백전노장 1기 정민수, 쿠리하라배 특별경정 우승

입력 2024-10-21 18:3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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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하남 미사리 경정장에서 열린 쿠리하라배 특별경정 입상자. 왼쪽부터 2위 심상철, 1위 정민수, 3위 김민준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17일 하남 미사리 경정장에서 열린 쿠리하라배 특별경정 입상자. 왼쪽부터 2위 심상철, 1위 정민수, 3위 김민준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경정에서 남다른 의미와 권위를 가진 ‘제22회 쿠리하라배 특별경정’에서 베테랑 정민수(1기)가 깜짝 우승했다.
정민수는 17일 미사리 경정장에서 열린 ‘쿠리하라배 특별경정’ 결승에서 인기순위 5위에 불과한 상황에서 심상철, 김민천, 김지현 등 강력한 우승후보를 모두 제치고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쿠리하라배는 ‘한국 경정의 아버지’라 불리는 쿠리하라 코이치로를 기념하는 대회이다. 쿠리하라 코히치로는 한국 경정 출범에 산파 역할을 한 주역으로 각종 시스템을 정립하고, 선수들도 1~3기까지 직접 지도했다.
16일 열린 올해 쿠리하라배 예선은 전문가와 팬들의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는 결과가 나왔다. 14경주에서 1번과 2번을 배정받고 출전한 심상철과 김지현이 각각 인빠지기와 붙어돌기로 1위와 2위를 했다. 이어 열린 15경주에선 김민천과 김민준이 1, 2위를 했다.
17일 미사리 경정장에서 열린 쿠리하라배 특별경정에서 정민수가 선두에서 결승선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17일 미사리 경정장에서 열린 쿠리하라배 특별경정에서 정민수가 선두에서 결승선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예선을 거쳐 17일 결승에는 한국 경정을 대표하는 최강자 6명이 나섰다. 4월 언론사배(스포츠월드배) 우승과 6월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배 왕중왕전에서 준우승을 한 심상철이 1번을 받았다. 2번은 이사장배 왕중왕전에서 심상철을 꺾고 13년 만에 우승한 김민천이 배정받았다. 5월 메이퀸 특별경정에서 우승하며 현재 여성 최강자로 꼽히는 김지현은 3번, 지난해 그랑프리 우승자 김민준이 4번, 노장 정민수가 5번, 지난해 쿠리하라배 준우승의 조성인이 6번을 배정받았다. 경기 전 인기 순위는 각각 1, 2, 3번을 배정받은 심상철, 김민천, 김지현 순이었고, 정민수는 6명의 선수 중 5위였다.
우승을 확인한  정민수가 주먹을 불끈 쥐고 팬들의 환호에 답하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우승을 확인한  정민수가 주먹을 불끈 쥐고 팬들의 환호에 답하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하지만 경기가 열리자 결과는 초반부터 예상을 벗어났다. 정민수는 19번 모터의 강력한 성능에 힘입어 가장 빠른 출발을 보이며 승부수를 띄웠다. 단번에 1번 심상철의 빈틈을 파고드는 휘감아 찌르기로 선두에 나섰다. 이후 이 기세를 이어가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출발이 좋았던 심상철이 맹렬하게 정민수를 추격했지만, 초반에 크게 벌어진 격차를 만회하지 못하고 준우승에 그쳤다. 3위는 마지막 선회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은 김민준이 차지했다. 기대를 모았던 2번 김민천과 3번 김지현은 부진한 스타트로 인해 입상권에서 밀려났다.

 정민수의 이번 쿠리하라배 우승은 의미가 남다르다. 우선 2015년 이사장배 왕중왕전 우승 이후 무려 9년 만에 빅매치 우승이다. 2002년부터 23년간 선수활동을 하고 있지만 쿠리하라배 특별경정을 우승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경정의 살아있는 역사라 할 수 있는 백전노장으로서 1기의 자존심을 세웠다는 점에서도 가치가 있다. 2019년 그랑프리에서 이태희가 우승을 차지한 이후 그동안 큰 대회에서 1기 선수들의 이름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 우승을 통해 아직 1기들이 건재함을 입증했다.
제22회 쿠리하라배 특별경정  시상식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한 미소를 짓는 정민수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제22회 쿠리하라배 특별경정 시상식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한 미소를 짓는 정민수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시상식에서 정민수는 “고객의 많은 성원이 있어서 우승을 차지하게 된 것 같다”며 “스승이셨던 쿠리하라 선생님이 오신 대회에서 직접 악수하며 상을 받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어 조금 아쉽다”고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한편 현재 일본에 있는 쿠리하라 코이치로씨는 그동안 쿠리하라배 특별경정이 열릴 때마다 한국을 찾아왔지만, 몇 해 전부터 건강상의 관계로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우승을 차지한 정민수를 비롯해 결승에 출전한 6명의 선수를 위해 순금 메달을 보내 선수들을 격려하고 축하했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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