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올림픽위원회(IOC) 홈페이지에 손기정 선수가 일본 국적인 ‘기테이 손(Kitei Son)’으로 표기된 가운데, 한국의 초등학생 민간 외교관들이 IOC에 손기정 선수의 올바른 국적과 이름으로 수정해 줄 것을 요청하는 편지를 전달한다.

1900년에 개교한 인천박문초등학교(교장 박원희)는 2020년 9월부터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와 업무 협력을 맺고 있다. 이를 통해 매년 초등학생 사이버 외교관을 양성하며, 글로벌 기후 변화 캠페인, 독립운동가 호머 헐버트 박사 홍보 캠페인 등 다양한 한국 홍보 활동과 지구촌 변화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인천박문초등학교 6학년 학생 83명은 반크 글로벌 한국홍보대사 활동을 통해 손기정 선수가 IOC 홈페이지에 일본인으로 소개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에 학생들은 IOC 홈페이지에 표기된 손기정 선수의 국적과 이름을 시정해 줄 것을 요청하는 편지를 직접 작성했다. 해당 편지는 반크를 통해 직접 IOC로 전달될 예정이다.

손기정 선수, 그리고 그와 같은 올림픽 마라톤에서 동메달을 수상한 남승룡 선수는 외신 기자들과 선수들에게 “나는 한국인이다 일본인이 아니다(Me Korean, not Japanese)”라고 당당히 밝히며, 일본인으로 기록되기를 거부했다. 반크와 박문초 학생들은 이들의 마음과 정신을 기억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반크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사이트에서 손기정 선수에 대한 잘못된 소개와 2021년 일본올림픽위원회(JOC)가 손기정 선수를 일본 대표 선수단으로 소개하면서 역사적 배경 설명을 생략한 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당시 반크는 손기정 선수의 실제 국적이 한국임에도 일본 선수로 출전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배경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손기정 선수를 일본 대표 선수로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IOC 홈페이지에도 여전히 손기정 선수를 일본 국적의 ‘기테이 손(Kitei Son)’으로 소개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동메달리스트 남승룡 선수도 일본 국적과 함께 ‘쇼류 난(Shoryu Nan)’으로 표기되어 있다.

IOC 홈페이지의 손기정 선수 전기 설명에는 당시의 역사적 배경이 담겨 있다. 설명에 따르면, “당시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1936년 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일본 팀에 선발되어야 했으며, 또 다른 한국인인 남승룡도 함께 합격했다. 두 선수는 일본식 이름을 사용해야 했고, 손기정 선수는 ‘KITEI SON’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다”고 서술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과 달리, 가장 눈에 띄는 IOC의 공식 선수 정보에는 여전히 손기정 선수와 남승룡 선수의 이름과 국적이 일본 국적으로 표기되어 있다. 이는 결국 역사적 사실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정체성과 명예를 훼손하는 문제이다. 

특히 반크는 일반 사람들이 IOC 홈페이지를 방문했을 때, 가장 눈에 띄는 큰 글씨의 선수 이름과 국적만 확인하게 되어 상세한 전기 설명을 읽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반크는 이러한 전기 설명이 실제로 중요한 의미를 갖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여전히 잘못된 정보가 표기된 상태에 대해 비판했다.

박문초 학생들은 직접 자필로 쓴 편지에 손기정 선수의 모습을 직접 그리며, 그가 일본 국적으로 올림픽에 출전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배경과 함께, 그가 일본인으로 기억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학생들은 일제 식민지라는 한국의 슬픈 역사에 주목하며, 손기정 선수를 비롯한 우리 선수들의 국적과 이름이 제대로 표기될 수 있도록 IOC의 수정을 요청했다. 

반크의 박기태 단장은 “손기정 선수의 금메달을 대한민국의 첫 번째 금메달로 인정받고 되찾는 것은 단순한 기념비적 조치가 아니라, 제국주의 시대 불합리한 잔재를 청산하며, 한국 스포츠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확립하는 중요한 과정임을 기억해야 한다. 무엇보다 1900년에 개교한 인천박문초등학교에서 손기정 선수의 국적을 국제적으로 회복하는 활동은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