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뒤흔든 ‘딥시크’

중국 기업이 만든 인공지능(AI) 서비스가 전세계 시장을 흔들었다.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개발한 동명의 생성형 AI 서비스다. 이 회사가 최근 선보인 모델이 미국 오픈AI의 최신 모델에 버금가는 성능을 보였다는 점, 또 개발비용이 훨씬 적게 들었다는 점에서 전세계 빅테크 업계는 충격을 받았다. 일부에선 “AI의 스푸트니크”가 될 것이라고도 봤다. 1957년 소련이 세계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 발사에 성공하자 미국이 우주개발에 총력을 기울인 것과 같은 충격으로 본 것이다. 일각에선 딥시크의 성능과 개발비용이 과장됐을 것이란 주장도 나오지만, 이를 계기로 글로벌 AI 시장 경쟁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딥시크 ‘R1’ 공개    
딥시크는 지난 20일 추론에 특화된 AI 모델 ‘R1’을 선보였다. 딥시크는 광둥성 출신 AI 전문 헤지펀드 매니저 량원펑이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2016년 세운 헤지펀드 하이플라이어의 AI연구부서를 2023년 분리해 딥시크를 설립했다. 

이번에 선보인 R1은 오픈AI의 AI 모델과 맞먹는 성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딥시크는 R1이 일부 테스트에서 오픈AI의 추론 중심 모델 ‘o1’과 동등한 성능을 보였다고 밝혔다.  더욱 주목받는 것은  개발 비용이다. 딥시크는 지난해 12월 AI 모델 ‘딥시크-V3’ 개발비가 557만6000달러(약 80억 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선보인 AI 개발 비용의 10분의 1도 안되는 수준이다. 딥시크는 엔비디아 ‘H800’ 칩을 사용해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H800’은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로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 목적으로 개발한 저사양 칩이다. 딥시크가 최신 모델 이용료를 받지 않는다는 점도 눈길을 모았다. 

●엔비디아 주가 출렁  
큰 화제를 모으면서 딥시크는 27일(이하 현지시간) 오픈AI의 ‘챗GPT’를 제치고 미국 내 앱스토어 무료 다운로드 1위를 차지했다. 이에 미국 증시도 크게 출렁거렸다. 특히 AI 칩 대장주인 엔비디아는 27일 16.97% 폭락했다.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5890억 달러(약 846조6875억 원) 증발했다. 28일 8.93% 반등했지만, 29일 다시 4.1% 미끄러지는 등 변동성이 커졌다. 딥시크 열풍은 미국 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도 불었다. 한국에서도 인기 앱 1위를 차지했다. 

한편, 외신에 따르면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는 딥시크가 AI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데이터를 무단 사용했는지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