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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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제훈이 소주 한 잔 담긴 쌉싸래한 인생의 쓴맛을 영화 ‘소주전쟁’으로 풀어냈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영화에서 그는 1997년 외환위기(IMF), 파산 위기에 놓인 국내 굴지의 소주회사 ‘국보그룹’을 매각하기 위해 국보그룹 재무이사 종록(유해진)에게 접근하는 글로벌 투자사 ‘솔퀸’ 직원 인범 역을 맡았다.

야망에 가득 찬 캐릭터로, 회사와 직원을 위해 헌신하는 종록과 매일 소주 한 잔을 나눠마시며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 이제훈은 “기분 좋은 숙취를 안기는 작품”이라며 자신 있게 말했다.

O“IMF 당시 힘들었던 집안 사정 떠올라”

이제훈은 충무로에서 드문 소재인 복잡한 금융 범죄를 다룬 이번 영화의 시나리오가 너무나 반가웠다고 돌이키며 “이런 장르의 할리우드 영화를 모두 섭렵했다”고 웃었다. 특히 그는 “IMF 시기를 다룬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저도 IMF 때가 생생해요. 당시 부모님이 쌀집과 음식점을 운영하셨는데요. 장사가 너무 안돼서 아버지께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을 하러 나가셨죠. 그런 아버지를 보며 학창 시절을 보냈기에 그 시기를 다룬 이 작품이 더 남다르게 다가왔어요.”

소속사 ‘컴퍼니온’의 대표이기도 한 그는 전작 JTBC 드라마 ‘협상의 기술’에 이어 이번 ‘소주전쟁’까지 금융 및 경제를 다룬 작품에 잇달아 출연하며 “(경영에 대해) 많이 배웠다”고도 했다. 

“물질만능주의를 경계하려고 해도 월초 직원들에게 월급을 지급할 때가 되면 가치관이 왔다 갔다 해요. (웃음) 가끔은 ‘내가 왜 회사를 차려서 이런 고생을 하지?’ 싶다가도 ‘어떻게 하면 더 현명하게 회사를 운영할 수 있을까’ 늘 고민하죠.”

영화 ‘소주전쟁’ 이제훈 스틸, 사진제공|쇼박스

영화 ‘소주전쟁’ 이제훈 스틸, 사진제공|쇼박스

O“‘시그널2’, 재미 자신 있죠.”

투자 회사 엘리트 직원 역을 맡아 상당한 양의 영어 대사까지 소화한 그는 특히, 직장 상사 역을 맡은 할리우드 배우 바이런 만과 호흡을 맞추며 “진짜 잘 해내고 싶었다”고 힘줘 말했다.

“일상적 영어가 아닌, 어려운 경제 용어가 많아서 더 어려웠죠. 외우고 또 외웠어요. 최대한 완벽하게 소화하려 연습을 너무 많이 해서 꿈에서도 영어를 계속 했다니까요.”

이제훈은 현재 촬영 중인 드라마 ‘두번째 시그널’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두번째 시그널’은 ‘모두의 인생 드라마’라 불리는 2016년 드라마 ‘시그널’의 10년 만의 속편으로, 원년 멤버 이제훈, 김혜수, 조진웅이 모두 뭉쳤다.

“10년 만에 다시 모여 시즌2를 찍을 수 있다는 건 흔한 일이 아닌 만큼 정말 기뻐요. 모두의 기대를 충족시킬 만한 작품이 될 거라 자신해요. 감독님께서는 10년간 외모 관리를 잘했다며 만족하시더라고요, 하하!”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