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줄 요약: SNS를 통한 고액 제안, 그 뒤엔 여성 연예인을 타깃으로 한 디지털 브로커의 그림자가 있었다.
코미디언 출신 배우 맹승지가 SNS를 통해 받은 한 통의 메시지를 폭로했다. “VIP 고객이 귀하에게 관심이 있다”며 접근한 익명의 계정. 그는 자신을 ‘맞춤형 스폰서 연결 에이전시’라고 소개하며, 특정 금액과 조건을 제시했다.

겉으로는 공손한 비즈니스 제안처럼 보이지만, 맹승지는 “신기한 사람 많다. 자제 부탁한다”며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일종의 ‘스폰서 제안’이었다. 이를 본 팬들은 “선 넘은 행동”이라며 맹승지에게 응원을 보내고 있다.

이런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맹승지는 2022년에도 유사한 메시지를 받은 적이 있으며, 당시에도 직접 폭로한 바 있다. 문제는 이 제안들이 단발성 해프닝이 아니라는 점이다.

● DM으로 접근하는 디지털 브로커들
과거에도 스폰의 ‘검은 제안’은 있었다. 스폰 제안은 ‘브로커’를 통한 오프라인 접촉이 대부분이었다. 업계 관계자, 스태프, 심지어 소속사 내부자 등을 통해 제안이 이뤄졌다면,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SNS 시대에 브로커는 더 이상 숨어 있지 않는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DM(다이렉트 메시지)을 통해 연예인에게 직접 접근한다.

맹승지가 받은 메시지처럼 ‘VIP 고객’이나 ‘프라이빗 제안’을 내세우는 방식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쓰이는 수법이다. 미국에서는 인스타그램 모델 브리트니 레넌이 중동 부호로부터 고액의 스폰 제안을 DM으로 받았다고 폭로했고, 일부 해외 유튜버들도 유사한 경험을 공개했다.

맹승지 인스타그램

맹승지 인스타그램

DM은 익명성과 즉시성을 갖췄기에, 추적은 어렵고 피해자는 더욱 위축된다.
일부 브로커는 신분을 위장해 ‘럭셔리 행사 초대’, ‘광고 섭외’를 빙자해 접근하기도 한다. 다크웹에서 의뢰인을 모집하고, 연예인의 SNS 팔로잉 정보를 수집해 접근 타이밍을 계산하는 조직적인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 구조적 문제로 남은 ‘침묵의 제안’
스폰서 제안은 단순한 무례함을 넘어 여성 연예인을 성적 대상으로 소비하려는 구조적 폭력이다. 문제는 이런 제안을 받은 인물 대부분이 말하지 못하고 넘긴다는 점이다. 폭로하면 오히려 부정적인 시선을 받는 것이 두려워서다.

그런 점에서 맹승지의 공개 발언은 개인 경험의 공유를 넘어, 연예계 내 만연한 디지털 성희롱 문제를 조명한 계기라 할 수 있다. 앞서 걸스데이 출신 장례리도 과거 유명 기획사 대표로부터 ‘여자친구가 되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밝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해외 배우노조인 SAG-AFTRA는 이미 온라인 성희롱 및 비윤리적 제안을 막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국내 역시 이제는 제안자보다 피해자에게 쏟아지는 시선을 먼저 바꿔야 할 때다.
문제는 폭로가 아니라, 침묵이다. 그리고 그 침묵을 틈타 어둠의 DM은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에게 보내지고 있을 것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