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가 감옥이 됐다. 10분마다 위치를 사진으로 보고하고, 집에서는 영상통화를 켠 채 생활해야 했다. 충북의 한 대학교 복학생 A씨(28)는 자신보다 7살 어린 여자친구 B씨에게 이런 ‘연애 규칙’을 요구했다. 그 시작은 ‘지시 사항’ 24가지였다.

그는 교제를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친목질 금지’, ‘자기관리 잘하기’, ‘주제 파악하기’ 등 말도 안 되는 요구사항을 직접 손으로 쓰게 했다. 이유는 단 하나. “내 말을 어기면 네 비밀을 퍼뜨리겠다”는 협박이었다.

A씨는 B씨가 학교에 있는 동안 주변 소리를 녹음해 전송하게 하고, 10~30분 간격으로 위치와 상황을 사진과 함께 보고하라고 강요했다. 집에서도 영상통화를 켜 두고 일상생활을 하게 했다. 연애는 감시가 되었고, 일상은 점점 더 고립됐다.

두 달 뒤, ‘지시 사항’을 어겼다는 이유로 A씨는 B씨를 폭행했고, 이후 ‘신체 포기각서’를 쓰게 했다. B씨는 A씨가 시킨 유사 성행위 영상을 직접 촬영해 전송해야 했고, 약속 시간보다 늦었다는 이유로 차 안에서 전치 5주의 폭행도 당했다.
자신의 중간고사 과제를 대신 시킨 뒤,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또 폭행했다. 그렇게 7개월간 12차례의 폭력이 반복됐다.

6일 청주지법 형사6단독 정희철 부장판사는 상해·협박·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정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연인관계를 빙자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무참히 짓밟았다”며 “범행을 부인하고 반성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A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