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HD현대 회장은  글로벌 경영 환경 위기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필리핀·싱가포르·베트남 등 핵심 해외 거점을 직접 방문하며 현장경영에 나섰다. 사진제공 | HD현대

권오갑 HD현대 회장은 글로벌 경영 환경 위기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필리핀·싱가포르·베트남 등 핵심 해외 거점을 직접 방문하며 현장경영에 나섰다. 사진제공 | HD현대


권오갑 HD현대 회장이 글로벌 현장경영에 나섰다. 조선·정유 등 그룹의 핵심 사업이 집중된 동남아 3개국을 직접 방문해 사업 운영 현황을 점검하고 임직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탰다. 이번 일정은 최근 소집한 사장단 회의에서 권 회장이 강조한 “현장에 직접 나가 미흡한 점을 살펴달라”는 메시지를 실제로 실행에 옮긴 것이다. 현장 확인과 리더십 강화를 통해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 위기 대응 역량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HD현대는 권오갑 회장이 6일부터 11일까지 필리핀, 싱가포르, 베트남 등 동남아 3개국을 방문해 계열사와 현지 법인의 주요 사업장을 점검하고 근무 중인 임직원들을 직접 격려한다고 7일 밝혔다.

이번 행보는 3일 개최한 주요 계열사 사장단 회의 직후 이뤄지는 첫 해외 출장이다. 당시 권 회장은 “현장에 자주 나가 미흡한 점이 없는지 직접 확인하라”며 현장 중심 경영을 강력히 주문한 바 있다.

첫 방문지는 필리핀 수빅조선소다. 권 회장은 야드를 직접 둘러보며 해상풍력 설비 및 선박 건조 진행 상황,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한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곳 야드 일부를 임차해 조선 및 해양플랜트 건조 기반으로 활용하고 있다.

● 전략 거점 직접 점검
싱가포르에서는 HD현대오일뱅크와 HD현대마린솔루션의 싱가포르 법인을 방문해 정유 및 해운·물류 산업 현황을 확인한다. 싱가포르는 글로벌 정유 허브로, HD현대의 전략적 영업 거점 역할을 맡고 있다.

일정의 마지막은 베트남 중부 칸호아성에 위치한 HD현대베트남조선이다. HD현대미포조선의 자회사인 이곳은 1996년 수리·개조 법인으로 출발해 200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인 신조 사업을 시작했으며, 현재까지 누적 선박 수주량은 200척이 넘는다. 권 회장은 생산 공정을 둘러보며 품질 관리 및 납기 준수 현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HD현대 관계자는 “이번 동남아 3개국 순방은 그룹의 전략 거점을 중심으로 종합적인 현장 점검과 임직원 간 소통을 통해 위기 극복의 돌파구를 찾기 위한 것”이라며 “권 회장은 국내외를 불문하고 현장을 직접 챙기는 ‘현장 경영’ 원칙을 평소에도 지속해왔다”고 밝혔다.
●사장단에 냉정한 판단과 소통 주문
한편 권오갑 회장은 3일 주요 계열사 사장단 13명을 긴급 소집해 대·내외 위기 요인에 대한 긴급 대응 전략을 논의한 바 있다. 회의에는 정기선 수석부회장을 비롯해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HD현대오일뱅크, HD현대사이트솔루션 등 주요 경영진이 참석했다.

회의에서 사장단은 중국 제조업 급성장, 중동지역 긴장 고조, 미국의 수입 관세 강화 등 글로벌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고, 각 사별 경영 목표 달성 가능성을 냉철히 분석했다. 권 회장은 “우리가 눈앞의 실적에만 편승해 위기의 본질을 간과한 것은 아닌지 자문해봐야 한다”며 통상적인 보고 대신 솔직하고 진솔한 논의가 이뤄지기를 당부했다.

또한 “불확실한 상황일수록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인적·물적 자원으로 원하는 결과물을 낼 수 있는지 냉정하게 판단해 소신 있게 행동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직원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과 비전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HD현대는 각 사별 ‘경영현황설명회’를 통해 회사가 처한 현실을 임직원들과 공유하고, 전사적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위기 극복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