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AMG, ‘GT XX 콘셉트’로 전기차 24시간 주행 세계 신기록 수립

메르세데스-벤츠가 고성능 브랜드 ‘메르세데스-AMG’의 전기 콘셉트카 ‘콘셉트 AMG GT XX’로24시간 동안 5479km를 주행하며 전기차 장거리 주행 신기록을 세웠다. 사진제공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서브 브랜드 AMG가 전기 콘셉트카 ‘콘셉트 AMG GT XX’로 24시간 동안 5479km를 주행하며 전기차 역사상 새로운 장거리 주행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이는 기존 전기차 주행 거리 기록이던 4000km 미만보다 약 1518km 긴 수치로, 전동화 기술의 실질적 성능 한계를 극복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콘셉트 AMG GT XX는 메르세데스-AMG가 독자 개발 중인 전기차 전용 아키텍처 ‘AMG.EA’를 기반으로 제작된 고성능 콘셉트카로, 향후 양산될 4도어 전기 스포츠카의 기술적 청사진을 제시하는 모델이다. 이번 기록은 이탈리아 나르도에 위치한 고속 주행 시험장에서 진행됐으며, 17명의 전문 드라이버가 24시간 동안 교대로 운전하면서 극한 조건을 테스트했다. 최고 시속 300km에 가까운 속도로 실주행이 이뤄졌으며, 정차는 충전 및 운전자 교대 시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됐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콘셉트 AMG GT XX로 전기차 성능 한계를 재정의 했다. 관계자들이 테스트를 마치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전기차 성능의 새로운 기준 제시
이번 신기록의 핵심은 메르세데스-AMG가 자체 개발한 드라이브 트레인 시스템에 있다. 콘셉트 AMG GT XX에는 세 개의 축방향 자속 모터(axial flux motor)와 고성능 리튬 배터리가 탑재됐다. 축방향 자속 모터는 기존의 방사형 모터 대비 크기는 작고 무게는 가볍지만, 출력 밀도는 약 3배 이상 높아 연속적인 고성능 주행이 가능하다. 이로 인해 고속 주행 중에도 열 손실과 에너지 낭비 없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이뤄졌다.

또한 메르세데스-AMG는 배터리 냉각과 제어 기술을 극한의 주행 조건에서도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정교하게 설계했다. 포뮬러1(F1)에서 파생된 열 관리 기술을 응용해, 배터리는 주행 내내 최적의 온도를 유지하며 출력 저하 없이 안정적인 성능을 발휘했다. 이를 통해 전기차의 최대 약점 중 하나로 지적되던 장시간 고출력 주행 시 발열과 출력 저하 문제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것이다.

●5분 만에 400km 충전 가능
충전 기술 또한 이번 기록의 주요 포인트다. 콘셉트 AMG GT XX는 최대 850kW급의 초고속 충전 성능을 지원하며, WLTP 기준 약 5분 만에 약 400km를 주행할 수 있는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AMG는 “이번 수치는 공식 인증된 데이터는 아니며, 디지털 시뮬레이션 기반의 예비 수치”라고 설명하면서도 “기술적 가능성을 기반으로 초고속 충전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빠른 충전 속도와 배터리의 안정적인 방열 성능이 결합되면서 차량은 24시간 동안 한계 주행을 반복하면서도 일정한 출력과 충전 효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는 기존 전기차들이 보여주지 못한 지속성(performance consistency)에서의 도약으로, AMG 브랜드가 강조하는 ‘레이싱 감성의 전기차 구현’ 철학을 그대로 드러낸 결과다.

메르세데스-AMG는 “콘셉트 AMG GT XX는 단순한 기록 달성용 실험 차량이 아니라, 감성적 드라이빙 경험과 고성능 주행 감각을 전동화 시대에도 계승할 수 있다는 상징적 메시지를 담은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콘셉트카를 기반으로 AMG 전용 플랫폼을 활용한 4도어 고성능 전기 스포츠카의 양산을 목표로, 관련 기술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