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는 유산이 아니다, 연극 ‘피어 날다’

‘피어 날다’ 연습장면

극발전소301이 신작 연극 ‘피어 날다’를 선보인다. 이번 작품은 2025 경기예술지원 공연장상주단체 지원작으로 선정됐으며, 10월 24일과 25일 남양주 다산아트홀에서 초연을 가진 뒤 11월 6일부터 9일까지 서울 성수아트홀 무대에 오른다.

‘피어 날다’는 갈대밭 한가운데 자리한 집에서 함께 살아가는 네 세대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다. 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평생을 기다린 증조할머니, 삼청교육대에 끌려간 남편을 대신해 생계를 이어간 할머니, 경제위기 속 이혼 후 가족을 부양한 엄마, 그리고 대학 대신 출산을 택한 열여덟 딸. 각 세대는 저마다의 상처와 책임을 안고 하루를 버텨내지만, 구청의 이주 통보와 함께 8년 만에 돌아온 아버지의 등장으로 균형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작품은 6·25 전쟁, 삼청교육대, 민주화운동, IMF 외환위기 등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사건들을 배경으로, 개발과 이주 문제까지 아우른다. 그동안 역사 기록에서 배제돼온 여성들의 목소리를 증조할머니부터 손녀까지 4대의 시선으로 풀어내며, 국가 폭력과 사회적 상처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기억하고, 견디고, 치유하는지를 묻는다.

정범철 극발전소301 대표이자 연출은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기다림을 품고 살아간다”며 “세대 간에 물려받는 상처와 기억, 그리고 그것을 끊어내려는 용기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밝혔다.

배우진도 탄탄하다. 김화영, 전국향, 조주경, 박솔지가 각각 네 세대 여성을 맡아 섬세한 연기를 선보인다. 여기에 유안, 성노진, 류진현, 박수연, 오현근 등 실력파 배우들이 함께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연습 현장에서는 창작 초연임에도 불구하고 실전 무대 못지않은 집중력이 이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번 공연은 2025 경기문화재단의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며, 극발전소301은 남양주 다산아트홀 상주단체로 6년째 활동 중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