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잃지 않고 행복한 법 찾는 중” 이채민 영리한 대세 [DA:인터뷰]

‘대체 배우’에서 ‘대세 배우’ 반열에 오른 이가 있다. 배우 이채민이다. tvN 토일드라마 ‘폭군의 셰프’(연출 장태유, 극본 fGRD) 남주인공으로 낙점된 배우 박성훈이 ‘웃지 못 할 해프닝’으로 작품에서 하차하면서 긴급 투입된 이채민은 ‘대체’, ‘대타’로 시작해 ‘대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폭군의 셰프’는 최고의 순간 과거로 타임슬립한 셰프 연지영(임윤아 분)이 절대 미각의 소유자인 왕 이헌(이채민 분)을 만나며 벌어지는 서바이벌 판타지 로맨틱코미디다. 4.9%(1회)로 시작해 자제 최고시청률 17.1%(12회)로 막을 내리며 올해 tvN 드라마 최고시청률 1위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TV에서 방영된 미니시리즈 기준 현재까지 올해 최고시청률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대기록에는 연희군 이헌을 온전히 연기한 이채민 활약이 컸다.

“애정을 갖고 있던 작품이라 종영하고 나서도 여운이 가시질 않아요. 저에게는 좋은 동료들이 남았던 작품이에요. 함께해서 뜻깊고 행복했어요. 시청률이요? 첫 방송 때 4%대만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바람대로 돼서 기분 좋게 시작했어요. 시청률에 관심가지지 않으려고 했는데, 사람인지라 아침마다 보게 되더라고요. 그만큼 저도 애정이 많았고, 많은 분이 생각 이상으로 관심과 사람을 줘서 감사해요.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아요. 어안이 벙벙해요. (웃음)”

연희군 이헌은 날카롭고 섬세한 인물이다. 단순히 ‘폭군’이라서가 아니다. 정치적인 인물인 동시에 연민을 자아내는 캐릭터다. 그렇기에 연기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성훈 하차 후 이채민을 강력하게 추천했다는 장태유 감독은 이채민을 “기본기가 탄탄한 배우한 배우”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뒤늦게 합류했지만, 짧은 시간에 사극에 필요한 말투부터 승마, 무용, 무술 등을 익혔다.

“이헌을 맡는다는 것만으로도 막중한 부담감이 있었어요. ‘폭군’이라고 설정되어 있지만, 이헌 내면보다는 정치 세력의 입김과 외부 환경으로 만들어진 폭군 이미지예요. 원래 이헌은 감정 표현에 있어 솔직하고, 한편으로 천진난만해요. 소년 같아요. 불합리한 것에 말을 크게 할 줄 아는 인물이죠. 그래서 ‘폭군’으로 보이는 게 아닐까 싶어요. 전 이헌 본성에 치중하려고 했어요. ‘폭군’ 이미지는 외부적인 요인이 들어오면 그렇게 보일 수 있겠지만, 이헌 본연의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모든 사람은 다 입체적인 면이 존재하니까 제게도 있는 그런 모습을 꺼내어 표출했던 것 같아요. 사실 작품에 합류하는 것에 대한 부담과 불안함이 컸어요. 제 시간 안에 캐릭터를 제 것으로 온전히 만들어낼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그래도 ‘열심히 만들어 보자’는 마음이었어요. 최대한 해보자는 마음이 하나였던 것 같아요. 폐는 끼치지 말자는 마음 하나로 했던 것 같아요.”

이헌을 완성해가는 과정은 이채민 혼자만의 노력이 아니다. 장태유 감독부터 상대역인 임윤아까지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하나가 되어 하나의 캐릭터를 완성한다.

“정말 많은 분이 도와주셨어요. 감독님부터 선배님들까지 도움을 주셨어요. 덕분에 무사히 촬영을 마실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감독님이요? 엄청 디테일하세요. 감독님께 많은 걸 배운 것 같아요. 작품 전체를 보는 눈을 배우고 습득했어요. 많은 선배님과 함께한 작품도 이번이 처음인데 정말 배운 게 많아요. 이번 작품을 통해 다음 작품은 더 잘 할 수 있다는 용기가 생겨요. (임)윤아 선배님은 배려가 많으세요. 아이디어도 많으시고요. 본받을 점이 많은 분이라고 생각했어요. 배우로서도 한 사람으로서도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좋았던 점이 사람을 얻었다는 점이에요. 좋은 작품뿐만 아니라 좋은 사람들을 얻어서 너무 기쁩니다.”

‘폭군의 셰프’ 인기 견인차는 사실상 CG(컴퓨터 그래픽)다. 시쳇말로 ‘B급 감성’이 충만하다. 아무리 판타지 사극이라지만, 대놓고 볼거리를 제공하는 작품은 오랜만이다. 작정하고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CG가 어떻게 나올지 전혀 몰라 저 역시 더 재미있게 시청했던 것 같아요. 현장에서는 ‘여기서 봉황이 올라 올 거다’ 정도만 공유 받을 뿐이었어요. 마카롱 CG는 공유조차 없었는데 진짜 신선하고 웃기더라고요. (웃음) 음식과 관련해서는 주로 ‘정말 맛있어?’라고 많이 물어보는데, 개인적으로 ‘우대갈비’와 ‘마카롱’은 정말 맛있었어요. 마카롱은 촬영 끝나고 따로 포장까지 해갔을 정도예요. 작품 초반에는 날카롭게 보이기 위해 몸 관리에 신경 썼는데, 먹는 장면이 많다 보니 후반에는 턱선이 달라지더라고요. 3kg 정도 늘었어요. 보는 분들은 모르실 수도 있지만, 마지막 회 때엔 푸근한 제 모습이 스스로 느껴지더라고요. (웃음)”

포털사이트 화면에 ‘이채민’ 이름 석 자가 자주 노출된다. 그만큼 ‘대세’임이 증명된 이채민. 최근 30여 개의 작품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는 소식까지 들려온다.

“작품 수를 다 세어보진 못했지만, 저에게 관심을 가져주신 것에 감사해요. ‘폭군의 셰프’ 시작할 때 농담 사아 ‘채민아 이 작품 찍고도 변하지 마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셨어요. 그 말을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나를 잃지 않으면서 행복한 법을 찾으려고 해요. 지금 작품이 잘 돼 부담이 클 거라고 이야기 하는데, 이럴 때일수록 수치에 연연하기보다 어떤 장르가 됐던 재미있게 봐주는 분들이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보는 분들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홍세영 동아닷컴 기자 project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