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1 파이널A 진출 이어 일본 챔피언까지 꺾은 강원, ‘시스템’과 ‘실리’의 승리…후반기가 더 기대되는 이유

강원 선수들이 22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비셀 고베와 2025~2026시즌 ACLE 동아시아권역 리그스테이지 3차전을 4-3으로 이긴 뒤 어깨동무를 하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강원 정경호 감독이 22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비셀 고베와 2025~2026시즌 ACLE 동아시아권역 리그스테이지 3차전을 4-3으로 이긴 뒤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강원FC의 후반기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강원은 22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동아시아권역 리그 스테이지 3차전에서 비셀 고베(일본)를 4-3으로 제압했다. ACLE 첫 출전임에도 동아시아권역 12팀 중 3위(2승1패·승점 6)로 조별리그 초반부터 인상적인 성적을 거두고 있다.

강원은 초반부터 몰아쳤다. 이상헌이 전반 7분 만에 선제골을 넣었고, 전반 21분 모재현, 전반 43분 송준석의 연속골로 전반전에만 3-0을 만들었다. 후반전 고베의 반격으로 세 골을 내줬지만, 추가시간 김건희가 쐐기골을 터트리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해 리그와 일왕배를 모두 제패한 고베를 상대로 거둔 승리는 우연이 아니었다. 그 중심에는 ‘시스템’이 있다. 정 감독은 “우리 팀은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훈련부터 철학까지 모든 것이 연결돼 있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윤정환 감독을 보좌하며 전술을 설계했던 그는, 올 시즌 강원의 지휘봉을 잡자마자 팀을 완전히 새롭게 재정비했다.

강원은 시즌 전 코치진 10명 중 7명을 교체하며 전술적 리빌딩에 착수했다. 박용호 수석코치를 비롯해 분석 중심의 코칭스태프를 꾸려 현장에서 즉각적인 전술 피드백이 이뤄지도록 시스템을 세웠다. 강원은 매 경기 최소 3명의 전술코치가 관중석에 배치돼 무전으로 벤치에 ‘라인을 내리라’, ‘공간이 비었다’는 지시를 경기 도중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강원의 주 포메이션인 4-4-2는 중앙에서의 수적 우위와 빠른 전환을 핵심으로 하며, 리그와 ACLE를 병행하더라도 일관된 색깔을 유지한다.

이런 시스템은 위기에서 빛났다. 주장 김동현이 8월 십자인대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을 때도 흔들림은 없었다. 이후 리그 8경기에서 3승4무1패를 기록하며 중위권을 지켰고, 결국 33라운드까지 승점 44(11승11무11패)로 정규리그 6위를 차지해 파이널A(1~6위) 진입을 확정했다.

‘실리’ 또한 포기하지 않았다. 시즌 초반 강원은 리그 하위권에 머물렀다. 4월 한때 최하위(12위)까지 떨어졌지만, 정 감독은 “5월의 흐름을 놓치면 시즌이 무너진다”며 빠른 전환을 주문했다. 이후 수비 숫자를 늘리는 선택으로 조금씩 승점을 쌓았다. 8월 이후 단 한 번도 8위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고, 결국 파이널A에 진출했다.

정 감독은 고베전 직후 “우리가 가는 방향이 옳다는 확신이 생겼다. ACLE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걸 느꼈다”며 “아시아 무대에서도 강원의 이름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리그 파이널A 진입과 ALCE 순항으로 저력을 증명한 강원은 26일 FC서울 원정으로 시작되는 파이널 라운드 첫 경기에서 상승세를 이어가고자 한다.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