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탑비뇨의학과의원 김도리 대표원장

스탠탑비뇨의학과의원 김도리 대표원장


전립선비대증 치료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보통 약물치료, 그리고 수술적 치료를 단계적으로 떠올리게 됩니다.

전립선비대증은 나이가 들면서 전립선 조직이 비정상적으로 커져 소변이 지나가는 요도를 압박하면서 배뇨가 어려워지는 질환입니다. 소변 줄기가 약해지거나, 잔뇨감이 남고, 밤에 여러 번 깨서 화장실을 가게 되는 등의 증상이 대표적이죠.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 쓰여 왔고 여전히 표준 수술로 간주하는 방법이 바로 경요도전립선절제술, 흔히 TURP라고 부르는 수술입니다. 경요도전립선절제술이 정확히 어떤 수술인지, 누구에게 필요한지, 어떤 장점과 한계를 가졌는지 차분하게 짚어보겠습니다.

‘경요도’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경요도전립선절제술은 배를 절개하지 않는 내시경적 전립선절제술입니다. 요도 안으로 특수 내시경 기구를 집어넣은 뒤 전립선비대증으로 부풀어 오른 전립선 내부 조직을 전기 루프(전기 고리)로 깎아내듯 잘라내어 소변 길을 넓혀주는 방식이에요. 쉽게 말하면 커져서 물길을 막고 있는 전립선 중간부(요도를 둘러싼 부분)만 안쪽에서 깎아 배수로를 터주는 공사에 가깝습니다. 이 과정에서 잘려 나온 전립선 조직은 세척액과 함께 방광으로 밀려들어 갔다가 밖으로 회수돼요. 즉 겉으로는 흉터가 남지 않지만 내부적으로는 전립선 조직 일부가 물리적으로 제거되는 수술입니다.

그럼 언제까지 약으로 버티다가 “이제 수술합시다”가 결정될까요? 전형적으로는 배뇨 증상이 일상생활을 명확히 방해하는 단계, 예를 들어 소변 줄기가 너무 약해 한 번 볼 때마다 몇 분씩 화장실에 붙잡혀 있거나, 방광을 다 비우지 못해 항상 남아 있는 느낌(잔뇨감)이 심하고, 밤에 2~3번 이상 깨서 소변을 봐야 해 깊은 잠을 못 자는 경우가 대표적이에요. 또 반복적인 요로감염, 방광 기능 저하(방광 근육이 점점 지쳐 축 늘어지는 상태), 급성 요폐로 도뇨관을 꼽고 지내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면 약만으로는 의미 있는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워 수술을 고려하게 됩니다. 말 그대로 “일상이 무너질 만큼 힘들어진” 단계가 TURP의 전형적 적응증이에요.

경요도전립선절제술의 장점은 의외로 분명합니다. 첫째, 배뇨 개선 효과가 비교적 즉각적이고 확실하다는 점이에요. 전립선 가운데를 물리적으로 깎아 비워냈기 때문에, 막혀 있던 길이 바로 넓어지면서 수술 직후부터 “시원하다”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둘째, 비교적 긴 역사를 통해 축적된 데이터가 있다는 점이에요. 오래전부터 표준치료로 사용돼 온 만큼 어떤 크기의 전립선에서 어느 정도 개선이 가능한지, 수술 후 어떤 합병증이 어느 빈도로 나타나는지에 관한 근거가 풍부합니다. 특히 전립선 용적이 중간 정도(대략 수십 g대에서 70~80g 전후)의 전립선비대증 환자에게서는 효과와 예측 가능성이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어요. 셋째, 건강보험이 적용되어 비용측면에서 비교적 적은 부담으로 수술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요도전립선절제술이 ‘완벽한 답’이냐고 하면, 현실은 조금 더 복잡합니다. TURP는 고에너지 전류(또는 플라즈마 에너지 등)를 사용해 조직을 깎고 지혈하게 됩니다. 이 말은 곧 열 손상이 일정 부분 동반될 수 있다는 뜻이에요. 문제는 전립선 주변에는 배뇨를 컨트롤하는 괄약근, 사정과 성기능에 관여하는 신경 구조물 등이 굉장히 빽빽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에요. 전립선비대증 자체보다 “수술 후 기능이 나빠질까?”를 더 걱정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실제로 TURP 이후 흔히 언급되는 변화 중 하나가 역행성 사정(사정 시 정액이 앞으로 나오지 않고 방광 쪽으로 역류하는 현상)입니다. 생명이나 건강을 위협하는 부작용은 아니지만, 성생활과 만족도 측면에서는 분명 체감이 큰 변화예요. 또 드물지만 요실금(소변이 의지와 상관없이 새는 증상)이나 발기 관련 문제를 걱정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즉, “소변은 시원해졌는데 다른 기능을 대가로 치르는 건 아닐까?”라는 불안이 늘 따라다니는 거예요.

출혈과 회복 과정도 생각해 볼 부분이에요. 경요도전립선절제술은 기본적으로 절제술, 즉 잘라내는 수술입니다. 수술 직후에는 요도·방광 쪽에 출혈이 남아 있을 수 있어 지혈과 혈전(핏덩어리) 세척을 위해 일정 기간 도뇨관(소변줄)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 시기를 불편하게 느끼는 환자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또한 전립선이 아주 큰 경우(예를 들어 100g 이상처럼 거대 전립선)에는 TURP만으로 모든 조직을 효율적으로 제거하기 어렵거나, 수술 시간과 출혈 부담이 커질 수 있어 다른 수술적 접근(레이저 수술, 개복/복강경적 단순전립선절제, 혹은 최근에는 워터젯 기반 로봇수술 등)을 고려하게 됩니다. 즉 TURP가 모든 전립선비대증 환자에게 똑같이 최선은 아닌 거예요.
그런데도 경요도전립선절제술은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첫째, “전립선비대증 수술의 표준형”으로서 의사와 환자 모두가 공통 언어로 삼을 수 있는 기준점 역할을 하게 됩니다. 새로운 시술이나 로봇수술을 설명할 때도 대부분은 TURP와 비교해 “출혈은 어느 정도 줄었는가”, “입원 기간은 더 짧아졌는가”, “성기능 보존은 더 나은가”를 말하게 되는데, 이는 TURP가 사실상 비교의 축이라는 뜻이에요. 둘째, 의료진 입장에서는 TURP를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기술과 경험이 있다는 것 자체가 전립선비대증 치료 전반의 안전판처럼 기능합니다. 즉 복잡하거나 특수한 상황이 와도 기본기를 가진 팀이라면 환자를 적절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신뢰를 주게 돼요.

정리하자면 경요도전립선절제술은 전립선비대증 치료의 뼈대입니다. 다만 예전처럼 “남자는 나이 들면 소변은 다 불편한 거지 뭐”라고 버티다가 한계에 몰려 응급으로 수술대에 오르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어요. 오늘날에는 증상이 일상에 영향을 주기 시작할 때, 즉 밤에 반복적으로 깨서 잠을 못 자거나(야간뇨), 소변 줄기가 너무 가늘고 오래 걸리거나, 방광이 덜 비워지는 느낌이 점점 심해질 때, 그 시점에서 이미 수술적 치료(경요도전립선절제술을 포함한 여러 내시경적 수술, 그리고 워터젯 로봇수술과 리줌 같은 최신 최소 침습 치료)까지 한 번에 비교·상담하는 흐름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전립선비대증은 기다린다고 좋아지는 병이 아니에요. 오히려 오래 방치할수록 방광 근육은 지치고, 삶의 질은 무너집니다.

결국 핵심은 “얼마나 참을 수 있느냐”가 아니라 “내 방광과 전립선을 지금 어떤 상태로 지킬 거냐”예요. 수술은 겁나는 단어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배뇨 회복을 통해 삶을 돌려주는 치료 도구 중 하나일 뿐입니다. 중요한 건 너무 늦지 않게 전문의에게 현재 상태를 정확히 진단받고, 나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하는 일이에요. 스스로를 챙기려는 그 한 번의 선택이야말로 앞으로의 10년을 편안하게 만드는 출발점이 됩니다.

스탠탑비뇨의학과의원 김도리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