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마지막”…배우 김지숙, 로젤의 전설을 닫다

현존하는 연극계의 전설 ‘배우’ 김지숙이 35년간 함께해온 모노드라마 ‘로젤’로 마지막 무대에 오른다.

극단 전설의 창단 4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공연은 11월 21일부터 11월 30일까지 꿈의숲아트센터 퍼포먼스홀에서 열린다.
‘로젤’은 독일 작가 하롤트 뮐러의 1971년 작품으로, 1991년 김지숙이 한국 초연을 맡으며 시작됐다. 이후 35년간 3400회 공연, 누적 관객 100만 명을 기록한 작품으로, 한국 모노드라마의 교과서로 불린다.

이번 무대는 김지숙이 직접 각색과 번안을 거듭하며 완성도를 높인 ‘로젤’의 결정판이다. 배우는 용인과 순천향 정신병원에서 사이코드라마를 연구한 경험을 작품에 녹여내며 인간 내면의 상처와 회복을 깊이 있게 그려냈다.

‘로젤’은 한 여성의 절망과 회복을 그린 독백극이다. 가족의 억압 속에 꿈을 빼앗기고 사회의 폭력에 부딪히며 무너졌던 한 인간이 고통의 기억을 되새기며 생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김지숙은 관객과의 호흡을 통해 로젤의 삶을 천연덕스럽고 유려하게 풀어내며, 절규와 웃음이 교차하는 인간 존재의 본질을 묻는다.

이번 공연에는 박정자, 손숙, 윤성녀, 최주봉, 강영걸, 정진수, 최민식 등 선후배 배우와 봉준호·김지운 감독 등 예술계 인사들이 릴레이 영상 응원을 보냈다. 그만큼 김지숙이 한국 연극계에서 쌓아온 상징적 존재감이 크다는 방증이다.

무대는 화려한 장치보다 조명, 음향, 배우의 호흡에 집중했다. 오직 한 사람의 몸짓과 목소리로 무대를 채우는 김지숙의 연기는 연극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를 다시 일깨운다. 이번 공연이 ‘연극계 최후의 스타’로 불리는 김지숙의 마지막 숨결로 남을 이유다.

‘로젤’은 극단 전설이 제작하고 플래시완드, 국악타임즈 등이 협력한다. 예매는 티켓링크, 인터파크, 예스24에서 가능하다. 공연 문의는 극단 전설 공식 인스타그램과 세종문화회관 꿈의숲아트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