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백지연’ 유튜브 화면 캡처

‘지금 백지연’ 유튜브 화면 캡처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백지연이 유독가스 중독으로 응급실을 찾았던 사연을 직접 공개했다. 영상 속에서 담담히 전한 이야기였지만, 그 배경을 들여다보면 생활 속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숨은 위험’이 있었다.

백지연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지금 백지연’을 통해 “얼마 전 겪은 황당한 일”이라며 일상을 전했다. 그는 “닭고기 손질에 썼던 가위를 끓여서 소독하려고 했는데, 전화가 와서 잠깐 잊고 잠이 들었다. 매캐한 냄새에 깜짝 놀라 보니 가위 손잡이 플라스틱이 다 타 있었다”고 회상했다.

플라스틱 손잡이가 고열에 녹으면서 발생한 ‘유독가스’가 문제였다. 가정용 플라스틱 가위 손잡이에는 흔히 PVC(폴리염화비닐), ABS(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 나일론 등의 합성수지가 사용된다. 이들이 200~300도 이상의 고열에 노출되면 염화수소(HCl), 포름알데히드, 시안화수소, 벤젠, 톨루엔 등의 독성 화합물이 기체로 방출된다. 이 중 일부는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염화비닐계 수지는 연소 시 염화수소 가스를 내뿜으며, 공기 중 수분과 반응하면 염산으로 변해 호흡기에 강한 자극을 준다. 백지연이 언급한 “가슴이 뻐근하고 두통이 심했다”는 증상은 이런 염화수소 흡입 후 급성 자극 증상과 일치한다.

의료진의 빠른 조치 덕분에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백지연은 당시 응급실에서 깊은 자책감에 빠졌다고 털어놨다. “그때 의사선생님이 ‘괜찮다. 이런 일로 오시는 분 많다’고 해주셨다. 그 한마디에 위로를 받았다”며 “나도 ‘괜찮아’라는 말을 나와 남에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백지연의 사례처럼 ‘생활 속 화학물질 화재’가 의외로 흔하다고 지적한다. 환경보건연구원 관계자는 “주방에서 플라스틱, 고무, 합성수지류를 가열하면 눈에 안 보이는 유해가스가 발생할 수 있다. 창문을 열고 즉시 환기하고, 증상이 있으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지연은 1990년대 MBC 간판 앵커로 활약했으며, 1995년 결혼 후 아들을 두었다. 그의 아들은 2023년 HL그룹 정몽원 회장의 차녀와 결혼해 화제를 모았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