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커버에서 가장 빈번하게 소환되는 독보적 음색의 주인공은 아이유. AI 커버로 인한 퍼블리시티권 침해의 최대 피해자이기도 한 셈이다. 사진제공|이담엔터테인먼트

AI 커버에서 가장 빈번하게 소환되는 독보적 음색의 주인공은 아이유. AI 커버로 인한 퍼블리시티권 침해의 최대 피해자이기도 한 셈이다. 사진제공|이담엔터테인먼트



‘아이유 AI’가 세상 모든 노래를 다 ‘커버’할 기세. 셈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그 수량도 엄청나 컴필레이션(편집) 앨범 형태로 “전집(全集) 구성도 가능할 것”이란 씁쓸한 이야기도 나온다.
케이(K)팝에서 ‘생성형 AI’(인공지능) 기술의 위협은 ‘이미 현실’이 됐다. ‘AI 커버’가 대표적이다. AI를 활용해 특정 가수의 목소리를 모방, 다른 노래를 부르게 하는 것으로 초상·성명·음성 등 권리를 규정하는 ‘퍼블리시티권’ 침해의 대표 사례로 손꼽힌다.

AI 커버에서 가장 빈번하게 소환되는 독보적 음색은 아이유다. 유관 단체가 내놓은 ‘통계’조차 있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이 발표한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지난해 3월 말부터 2주간 유튜브 기준 생성형 AI를 활용한 목소리 무단 도용 커버가 1647건 적발됐고, 이 가운데 아이유의 목소리를 도용한 사례가 175건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아이유 AI’가 세상 모든 노래를 다 ‘커버’할 기세다. 셈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그 수량도 엄청나 컴필레이션(편집) 앨범 형태로 “전집(全集) 구성도 가능할 것”이란 씁쓸한 이야기도 나온다. 사진|유튜브 캡처

‘아이유 AI’가 세상 모든 노래를 다 ‘커버’할 기세다. 셈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그 수량도 엄청나 컴필레이션(편집) 앨범 형태로 “전집(全集) 구성도 가능할 것”이란 씁쓸한 이야기도 나온다. 사진|유튜브 캡처


O케이팝 침투한 ‘AI 커버’ 논란…법적 공백 속 아티스트는 ‘속수무책’

문제는 이러한 AI 커버곡들이 상업적으로 활용되고 있음에도 정작 목소리의 주인에게는 단 한 푼의 수익도 돌아가지 않는데 있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AI 커버’가 케이팝에 침투한 대표적 케이스가 됐지만, 이를 제대로 제어할 법적 장치는 여전히 미비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해당 문제를 ‘퍼블리시티권’ 침해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를 보호할 민법상 ‘인격표지영리권’ 신설, 퍼블리시티권 보호와 이용에 관한 법률 등 상당수 법안은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현재로서는 부정경쟁방지법을 통한 보호가 가능하지만 사후 대응에 그칠 수 밖에 없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O저작권협회 “AI 조금이라도 관여하면 등록 불가” 강경 기조

노래 제작 과정에 있어 ‘AI 개입의 정도’를 두고도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간단한 지시만으로 ‘기성곡급 노래’를 만드는 고성능 작곡 AI가 속속 등장하는 가운데, 창작자 권리 사수의 최전선에 선 한국음악저작권협회(KOMCA)는 3월 “AI가 조금이라도 관여한 음악은 저작권 등록이 불가하다”는 초강경 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그야말로 ‘진격의 AI’에 대해 일부 유관단체들이 급제동을 걸기 시작한 인상이지만, 거대한 흐름을 막기는 역부족일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컨설팅 기업 매킨지는 지난 해 AI 음악 시장 규모가 29억 달러(4조 원)였다고 추정하며 “2033년에는 387억 달러(약 53조 원)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서늘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허민녕 기자 mign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