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제멋대로 하수도 부담금 산정…환경부는 ‘적정’ 보고”

●감사원 ‘하수도 부담금 과소 산정·불투명 관리’ 경고”

감사원이 전국 지자체의 하수도 원인자부담금 운영 실태를 감사한 결과, 상당수 지자체가 단위단가를 과소 산정해 부담금을 적게 부과하고, 이를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잔액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자료 환경부 제출자료). 사진제공｜감사원

감사원이 전국 지자체의 하수도 원인자부담금 운영 실태를 감사한 결과, 상당수 지자체가 단위단가를 과소 산정해 부담금을 적게 부과하고, 이를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잔액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 결과 국고보조금이 비효율적으로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이 10월 30일 공개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하수도 사용 조례’를 운용하고 있는 159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원인자부담금 단위단가를 분석한 결과, 다수 지자체가 하수도 보조금 실무요령에 제시된 공공하수처리시설 공사비 대비 50% 미만 수준으로 단가를 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지자체는 전년도 물가상승률조차 반영하지 않은 채 단가를 과소 책정한 사례도 있었다.

예를 들어, 하수도 보조금 실무요령에 제시된 공공하수처리시설 단가는 ㎥/일당 314만 원이지만, 한 경기도 지자체는 2023년 단가를 80만7,120원(환경부 기준의 25.7%)으로 산정했다. 또 다른 강원도 지자체는 398만6,500원을 책정해 두 지자체 간 단가 차이가 4.9배에 달했다. 감사원은 이처럼 42개 지자체가 실제 공사비의 절반 이하 단가로 부담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원인자부담금의 집행·관리도 부실했다. 감사 결과, 대부분의 지자체는 해당 부담금을 하수도특별회계 수입으로 처리한 뒤 다른 세입과 함께 관리·지출해, 집행내역이나 잔액을 명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감사원이 6개 지자체를 표본 점검한 결과, C시의 경우 약 675억 원, 전체 6개 지자체에서 1,530억 원가량의 집행잔액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매년 ‘부담금 운용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이러한 집행잔액을 점검하지 않은 채 ‘적정하게 사용된 것’으로 보고서를 작성해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감사원은 이로 인해 국고보조금이 과다하게 지원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4개 지자체에는 약 953억 원이 추가 보조된 것으로 추정됐다.

감사원은 “환경부가 원인자부담금 기준을 명확히 정하지 않아 지자체 간 단가 차이가 크고, 부과액이 과소 산정되면 부족분이 모두 국고보조금으로 충당되는 비효율적 구조가 고착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자체가 부담금을 불투명하게 관리하면서 목적 외 사용이 추정되는데도 환경부가 이를 방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감사원은 ▲비점오염 저감시설의 비효율적 설치와 부실 관리 ▲도심지 침수예방사업 대상지 선정 부실 ▲지방상수도 관망관리 인프라 구축사업의 비효율적 추진 등 환경부의 감독 소홀 사례를 함께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 결과에 따라 환경부 장관에게 원인자부담금 제도가 도입 취지에 맞게 운영되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정산업무를 철저히 이행하도록 통보했다. 또 총 6건의 감사결과에 대해 주의·통보 등 처분을 요구했다.

세종｜장관섭 기자 localcb@donga.com


장관섭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