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죽였다’ 전소니 “주짓수 액션 대역 없이 소화…토 할뻔 했다”[인터뷰]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폭력이 드리운 죽음의 문턱에 선 두 친구의 처절한 ‘연대’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가 안방극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화제의 중심에는 공동주연을 맡은 전소니·이유미가 있다. 7일 공개된 ‘당신이 죽였다’는 각각 아버지와 남편이 가하는 가정 폭력이라는 굴레 속 ‘현재의 지옥’에 갇힌 두 여성이, 절박한 현실을 끊어내기 위해 살인을 공모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폭력에 맞서는 두 여성의 숙명적인 성장서사를 깊이 있게 담아낸 전소니와 이유미는 “온 마음을 다해 임한 작품”으로, 작품에 담아낸 진심이 글로벌 시청자에게 그대로 전해지길 간절히 바랐다.

O“운명처럼 찾아온 작품”

전소니는 고교 시절부터 팬이었던 오쿠다 히데오 작가의 소설 ‘나오미와 가나코’를 원작으로 한 이번 작품의 주인공을 맡게 된 것이 “꿈만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당신이 죽였다’에서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를 향한 아버지의 폭력을 목격해온 은수(원작의 나오미) 역을 맡았다.

“몇 년 전 ‘나오미와 가나코’가 한국에서 영화화된다는 소식을 듣고 ‘꼭 내가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툭 하면 소속사에 ‘그 작품 관련해서 들은 거 있어요?’라고 물었죠. 별다른 소식이 들려오지 않아 잊고 지내다가 ‘당신이 죽였다’ 대본을 받게 됐죠. 영화가 아닌 시리즈인데다가 제목도 달라 처음엔 제가 찾던 그 작품인 줄 몰랐는데, 저에게 이렇게 오게 된 게 신기했죠.”

역할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로 그는 처절한 연대와 우정을 함께 만들어간 희수 역의 이유미를 꼽았다. 내성적인 자신에게 먼저 다가와준 이유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이유미는) 존재 자체가 파릇파릇하고 생기 넘치는 사람이에요. 매사에 적극적이고 건강한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라 (낯을 가리는) 저와는 ‘온도가 참 다르다’고 생각했죠. 사실 저는 다소 조심스러운 마음이 있었는데, 그가 먼저 제게 햇빛 쏟아지듯 다가와 쉽게 친해질 수 있었어요.”

사진제공｜넷플릭스

O“주짓수 액션 대역 없이 소화”

극 중 오랜 시간 주짓수를 배워온 은수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전소니는 실제로도 꽤 오랜 시간 주짓수를 연마했다고 했다. 덕분에 극 중 액션 신은 모두 대역 없이 소화했다.

“직접 해보니 주짓수는 정말 기를 쓰고 죽기 살기로 해야 하는 운동이더라고요. 상대방과 딱 붙어서 힘과 기술을 겨뤄야 해요. 누군가와 맨살을 이렇듯 오래 맞대고 있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죠.(웃음) 워낙 상대와 밀착해야 하는 운동이다 보니 카메라 앵글이 제한적이라 대역을 쓰기도 어려웠어요. 막상 할 때는 아드레날린이 넘쳐 힘든 줄 모르다가도 잠깐 쉴 때는 바로 토할 것 같았죠.”

가정 폭력의 피해자를 연기한 만큼 마냥 가볍게 즐기는 마음으로는 작품에 임할 수는 없었다고도 했다. 잠시 말을 고르던 그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사실 (가정 폭력이) 제게 아주 멀게만 느껴지는 일은 아니에요. 아주 자세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가까이에 그런 피해를 당한 사람이 있었어요. 지척에서 지켜보고 이야기를 나눴기 때문에 이 이야기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제가 감히 누군가를 대변할 수는 없지만 가정 폭력으로부터 살아남은 ‘생존자들’에게 위로와 용기가 되고 싶어요.”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