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뉴시스] 김종택기자 =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원로 배우 오영수 씨가 15일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오씨는 지난 2017년 여성 A씨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24.03.15. jtk@newsis.com

[성남=뉴시스] 김종택기자 =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원로 배우 오영수 씨가 15일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오씨는 지난 2017년 여성 A씨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24.03.15. jtk@newsis.com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됐던 ‘깐부 할아버지’ 오영수(81)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1일 수원지법 형사항소6부(곽형섭·김은정·강희경 부장판사)는 오영수의 강제추행 혐의 사건 항소심(2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강제추행이 발생한 지 약 6개월이 지나 성폭력상담소에서 상담을 받고 친한 동료 몇 명에게 사실을 알렸다.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메시지에 피고인이 이에 사과한 점을 고려하면 공소사실처럼 강제추행을 한 것 아닌지 의심은 든다”면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피해자의 기억이 왜곡됐을 가능성이 있다.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이 강제추행을 했다는 것인지 의심이 들 땐 피고인 이익에 따라야 한다”며 무죄를 선고한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오영수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은 직접 증거가 없고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하다”며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제3자의 증언 등과 배치되는 점을 이유로 무죄를 주장했다.

판결에 앞서 오영수도 직접 최후 진술을 통해 고소인과는 신체 접촉은 물론 아무 일도 없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며 “당시 내 언행에 잘못이 있고 그것이 죄가 된다면 그 대가를 받겠으나, 지금 생각해도 내 언행에서 추행이라고 생각할 만한 이유가 없다. 이 사건으로 80년간 지켜온 인생이 가치 없이 무너졌다. 내 자리로 돌아올 수 있게 해달라”고 읍소했다.

무죄 판결 이후 오영수는 취재진에게 “현명한 판결을 해주신 재판부에게 경의를 표하며 감사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오영수는 2017년 연극 공연을 위해 지방에 머물던 중 산책로에서 만난 연극단원 후배 A씨를 껴안고, 같은 해 9월 A씨의 주거지 앞에서 볼에 입을 맞추는 등 두 차례 강제로 추행한 혐의로 2022년 11월 불구속 기소됐다.

지난해 3월 열린 1심에서는 재판부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해 오영수에게 징역 8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오영수 측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고, 검찰 역시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한편, 오영수는 글로벌 메가히트작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서 ‘깐부 할아버지’ 오일남 역을 맡아 세계적 인기를 끌었다. 이를 통해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전성기를 맞이했으나, 강제추행 혐의가 불거지면서 차기작에서 줄줄이 하차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