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에서 헬퍼봇 올리버를 연기한 신성민(왼쪽)과 클레어 역의 박진주. 두 로봇의 사랑을 따뜻하게 그려냈다. 사진제공|NHN링크
주인 찾아 떠나는 은퇴 헬퍼봇 스토리
수명 다할 때 사랑 고백하며 초기화
두산아트센터서 내년 1월 25일까지 열려
수명 다할 때 사랑 고백하며 초기화
두산아트센터서 내년 1월 25일까지 열려
※ 기사 내용에 작품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두 로봇이 손을 잡는 순간, 객석이 조용해졌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연출 손지은, 작·작사 박천휴, 작곡·편곡 윌 애런슨)은 인간보다 먼저 사랑을 배운 로봇의 이야기다.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10월 30일 막을 올린 이 작품은 내년 1월 25일까지 이어진다. 박천휴 작가는 이 작품으로 토니상을 수상하며 한국 창작뮤지컬의 저력을 증명했다.
무대는 멀지 않은 미래, 21세기 후반 서울 메트로폴리탄.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주인에게 버려진 ‘은퇴한 헬퍼봇’들이 모여 사는 낡은 아파트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올리버’(신성민)와 ‘클레어’(박진주)는 서로 다른 성격의 헬퍼봇이다. 올리버는 옛 주인을 닮아 오래된 재즈 레코드와 잡지를 즐기며, 언젠가 제임스가 자신을 데리러 올 거라 믿는 은둔형 로봇이다. 클레어는 더 진보된 모델로 사회적 기술까지 탑재된 외향적인 헬퍼봇이지만, 늘 냉소를 감추지 못한다.
올리버의 하루는 언제나 방 안에서 시작된다. 오래된 LP와 음악 속에서 그가 기억하는 세상은 오직 ‘제임스’뿐이다. 제임스(박세훈 분)는 재즈를 사랑했던 올리버의 옛 주인으로, 헬퍼봇을 친구처럼 여겼던 따뜻한 인간이다.
그러던 어느 날, 배터리가 닳아가는 클레어가 그의 문을 두드린다. 둘은 서로 다른 세계에서 온 존재처럼 엇갈리지만, 제임스를 향한 기억과 외로움이 이들을 이어준다. 넘버 ‘고맙다, 올리버’에서 신성민과 박세훈의 듀엣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사진제공|NHN링크
그러나 진실은 예상과 달랐다.
전 주인들에게 늘 버림받아온 클레어는 제임스도 오래된 올리버를 버렸을 거라 확신했지만, 제임스는 이미 1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유족을 통해 올리버에게 재즈 LP를 유품으로 남겼다. 그제야 클레어는 자신이 틀렸음을 깨닫고, 헬퍼봇을 친구로 여긴 인간이 있었다는 사실에 기뻐한다.
두 로봇은 클레어의 여행 목적지인 반딧불이 숲에 도착한다. 처음엔 몇 마리만 떠다니던 불빛이 점점 무대를 가득 채우며 환상적인 장면을 만든다. 서로에게 끌린 두 로봇은 결국 “사랑하지 말자”던 약속을 깨고 마음을 고백한다.
다음 장면엔 대표 넘버 ‘사랑이란’이 흐르고, 두 배우가 손을 잡고 입술을 맞대는 서툰 동작은 로봇답지만, 동시에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다.

사진제공|NHN링크
하지만 사랑의 끝은 이미 예고돼 있다. 배터리의 수명이 다가오자 두 로봇은 행복했던 기억을 뒤로한 채 데이터를 초기화하기로 결정한다. 다시 조용한 방, 눈을 뜬 올리버 앞에 또 한 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반복된 만남일까, 아니면 또 다른 시작일까.
‘어쩌면 해피엔딩’은 인공지능이 이미 일상에 스며든 지금,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로봇의 사랑이 낯설지 않은 이유는, 결국 우리 역시 같은 결함과 같은 바람을 안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기술이 아니라 감정의 진화를 이야기한다. 사랑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서로에게 설치하는 업데이트라는 걸.
그래서 이 결말은 정말 ‘어쩌면 해피엔딩’이다.
이수진 기자 sujinl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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