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퍼포먼스 하이킹에 참여 중인 외국인 관광객                서울관광재단 제공

남산 퍼포먼스 하이킹에 참여 중인 외국인 관광객 서울관광재단 제공



남산 단풍이 짙게 물든 오후, 한국 전통의상을 입은 등산객 무리가 돌계단을 따라 길게 이어졌다. 서울관광재단이 준비한 ‘서울 에코 하이킹 페스타’가 11월 15일 남산골한옥마을에서 개막하며, 서울의 가을 풍경은 한층 더 다채로운 색을 얻었다.

서울관광재단은 올해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서울의 산 걷기 여행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전통 문화와 도심형 하이킹을 연결한 새로운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11월 15일부터 23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행사는 주말마다 콘셉트를 달리해 참가자들이 취향에 맞게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됐다.

개막일의 프로그램은 ‘퍼포먼스 하이킹’. 참가자들은 남산골한옥마을에서 출발해 남산도서관 등산로와 N서울타워 주변의 벚꽃길을 잇는 약 5.4km 코스를 2시간 동안 걸었다. 가을 단풍이 절정을 맞은 길 위로 한복과 전통 소품을 갖춘 200명가량의 참가자가 이어지며, 남산의 풍경은 마치 조선시대 행렬처럼 변모했다.
남산 둘레길에 나타난 조선시대 등산객들

남산 둘레길에 나타난 조선시대 등산객들


남산 팔각정 앞 북청사자춤을 관람하는 관광객과 시민들

남산 팔각정 앞 북청사자춤을 관람하는 관광객과 시민들


현장에는 직접 만든 족두리와 갓을 착용한 참가자들이 눈에 띄었다. 선비, 도령, 궁중 여인 스타일로 꾸민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걷자, 주변에서는 스마트폰을 꺼내 인증 사진을 남기려는 손길이 끊이지 않았다. 코스 중간에는 ‘암행어사 검문’, ‘산적의 습격’ 같은 테마극이 이어져 걷는 재미를 더했다. N서울타워 쉼터에서는 북청사자춤 공연이 펼쳐져 행렬과 조화를 이루며 환호가 이어졌다.

프랑스에서 온 카미유(32) 씨는 “한국 등산은 이미 여러 번 경험했지만, 모두 한복을 입고 걷는 건 처음이라 꼭 참여하고 싶었다”며 서울 도심에서 대여한 전통 의상을 자랑했다. 유튜버 ‘산 속에 백만송희’(30·백송희)는 “외국인들과 함께 남산 성곽길을 걸으니 새 느낌이었다”며 “이런 프로그램이 서울을 대표하는 문화 행사로 자리 잡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관광재단 길기연 대표이사는 “남산은 경복궁과 함께 서울의 자연과 역사가 공존하는 상징적인 장소”라며 “서울의 산을 활용한 관광 콘텐츠가 시민과 외국인 모두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사랑받을 수 있도록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