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은 대개 어렵다. 차갑고 뜨거운 결이 동시에 스며 있는 까다로운 색이라, 얼굴과 조화를 이루기 쉽지 않다. 그러나 방탄소년단(BTS) 진만큼은 이 난도를 자연스럽게 넘는다. 글로벌 팬덤 플랫폼 후즈팬의 ‘블루베리 아이돌’ 설문에서 진이 42.82%로 1위에 오른 순간, 팬들이 오래전부터 말해온 ‘보라색의 주인’이라는 표현이 설득력을 다시 얻었다.

진의 얼굴이 색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독특하다. 세계적 미술가 제임스 진이 그를 두고 ‘근본적인 아름다움’을 언급한 이유도 바로 그 구조적인 힘 때문이다. 빛의 흐름이 무너지지 않는 이목구비, 형태가 단단하게 유지되는 실루엣, 피부 결이 주는 묵직한 안정감까지. 이런 요소들이 보라색 특유의 기류와 만나면 색이 얼굴 위에서 변질되지 않고 오히려 고유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명도가 낮은 보라는 무거워지고 채도가 높은 보라는 흐트러지기 쉬운데, 진은 그 사이를 정확하게 잡아내며 얼굴 자체가 색을 새롭게 번역해낸다.


콘서트 전날 오후, 진이 호텔 방에서 직접 보라색으로 염색해 등장한 순간은 팬들 사이에서 바로 화제가 됐다. 전문 컬러링이 아니었기에 미세한 톤 차이가 있었지만, 그 ‘약간의 불균일함’이 오히려 실루엣을 더 몽환적으로 보이게 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미국 뷰티 매거진 Allure가 이를 단독 기사로 다루며 “팬들이 정신을 잃었다”고 표현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SNS는 몰려드는 사진과 영상으로 순식간에 보라빛으로 뒤덮였다. 국내 커뮤니티에는 “저장 필수”, “보라색이 이렇게 사람을 신비롭게 만들 수 있나” 같은 반응이 이어졌다. 단순한 스타일 변화 이상의 파급력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여기에 방탄소년단이 내년 봄 완전체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팬들은 이미 다음 ‘진의 스타일링’을 상상하고 있다. 한 번의 변화로도 흐름을 뒤집는 진의 존재감이 앞으로 어떤 장면을 만들어낼지 팬들의 관심은 이미 깊게 물들어 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