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정지석(가운데)과 한선수(왼쪽)가 9일 OK저축은행과 원정경기서 득점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KOVO

대한항공 정지석(가운데)과 한선수(왼쪽)가 9일 OK저축은행과 원정경기서 득점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KOVO


대한항공의 베테랑 세터 한선수(40)가 주장 완장을 내려놓고 뒤에서 팀을 든든히 받치는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시즌부터 새롭게 주장을 맡은 정지석(30)이 온전히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다. 대한항공은 지난 시즌 현대캐피탈에 밀려 5시즌 연속 통합우승(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을 놓친 뒤 헤난 달 조토 감독(브라질)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하며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주장 교체 역시 그 연장선이었다.

한선수는 2007~2008시즌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고 프로로 데뷔한 뒤 지금까지 팀에 남아 활약 중인 상징적 존재다. 2015~2016시즌부터 2024~2025시즌까지 주장을 맡은 그는 2020~2021시즌부터 4시즌 연속 팀의 통합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그런 한선수는 이제 정지석에게 주장 완장을 넘겼다.

한선수는 자신이 정지석의 주장 역할을 침범할까봐 걱정한다. 그는 “(정)지석이가 자꾸 자신을 바지사장이라고 한다. ‘형(한선수)이 아직도 실질적 주장 아니냐’고 묻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지석이는 충분히 팀을 끌고 갈 힘이 있다. 나는 세터 역할에만 집중하면 된다”며 후배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그 믿음은 경기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지석은 이번 시즌 7경기에서 팀의 주포 카일 러셀(미국·154득점)에 이어 득점 2위(135득점)에 올라있다. 코트에서는 과거 주장이었던 한선수를 대신해 동료들을 독려하며 자연스럽게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한선수는 묵묵히 토스에 집중하며 정지석이 전면에서 팀을 이끌 수 있도록 뒤에서 힘을 보태고 있다. 대한항공은 6승1패(승점 17)를 기록하며 2위에 올라 KB손해보험(6승2패·승점 19)과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지석의 활약 뒤에는 헤난 감독의 세심한 관리도 있다. 지난 시즌 피로골절로 어려움을 겪었던 정지석을 위해 헤난 감독은 재활과 훈련 강도를 신중하게 조절하며 부상 재발 방지에 집중했다. 그 결과 정지석은 체력과 경기력을 모두 끌어올리며 팀 내 핵심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한선수는 “주장을 넘겼는데 내가 간섭하면 안 된다. 지금은 지석이가 이끄는 모습을 보는 게 맞다”며 “시즌 중반 이후 힘들어지는 시기가 오면 그때 필요한 조언을 해주겠다. 지금은 세터 역할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선수의 지원과 정지석의 부활에 힘입어 대한항공은 시즌 초반 상승세를 달리고 있다.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