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반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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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단장 박기태)와 대한인국민회 기념재단(이사장 클라라 원)은 미국을 무대로 조국의 독립을 알렸던 민간 외교가 송헌주 선생을 ‘주미 대한민국 명예 대사’로 공식 위촉할 것을 정부에 요청하는 ‘750만 한민족 하나로!’ 캠페인을 전개한다.

이번 캠페인은 국내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송헌주 선생의 외교적 리더십과 독립운동의 의미를 재조명하고, 그가 실천했던 민간외교의 정신을 오늘날 대한민국과 청년 세대가 이어가야 할 세계시민 외교의 모델로 확산하기 위해 기획됐다. 

1903년, 스무 살의 청년 송헌주는 조국의 미래를 품고 태평양을 건넜다. 관립 영어학교를 졸업하고 하와이에 도착한 그는 척박한 이민 사회 속에서도 독립의 꿈을 키웠다. 그는 지식을 개인의 성공이 아닌 조국의 해방을 위한 외교 자산으로 바라본 선구적 인물이었다.

고종황제의 특명으로 헤이그 특사단의 통역을 맡았던 송헌주 선생은 일본의 방해로 회의 참석이 좌절된 뒤에도 이상설·이위종 특사와 함께 5개월 동안 런던, 파리, 베를린, 로마,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을 돌며 각국의 지도자들에게 한국의 독립을 호소했다.

3·1운동 이후 그는 미주 한인사회를 중심으로 외교·조직·실천의 세 축에서 독립운동을 이어갔다. 임시정부 외교 활동을 지원하며 독립자금 모금과 국제 여론전을 주도했고, 대한인국민회 재건과 총회관 건립을 추진해 한인사회를 결속시켰다. 또한 항일 군사조직인 한인국방경위대(맹호군)에 정위로 자원하며 실질적 항일 역량을 키웠고, 임시정부 대표단과 함께 유엔연합국 회의에 참여해 끝까지 조국의 독립을 위한 외교 최전선에 섰다.

하와이의 작은 이민사무소에서 시작된 그의 여정은 미국을 넘어 세계 외교무대까지 이어졌고, 마침내 광복의 순간을 맞이했다. 정부는 1995년 그의 공훈을 기려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으나, 여전히 그의 이름은 많은 이들에게 낯설다.

반크는 송헌주 선생이야말로 100여 년 전 언어 능력과 국제 네트워크, 외교적 소통력으로 조국의 존재를 알린 ‘주미 대한민국 명예 대사’의 원형이라며, 그의 활동은 오늘날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아시아의 중심, 동북아의 관문, 전 세계인과 꿈과 우정을 나누는 매력적인 나라’의 가치, 즉 평화·연대·문화·시민 중심 외교와 맞닿아 있다고 강조했다. 

반크는 앞서 샌프란시스코 한인회와 함께 100년 전 샌프란시스코에서 독립운동을 펼친 미주 애국지사 이대위 선생을 ‘주미국 대한민국 명예 대사’로 위촉하는 캠페인을 진행했으며, 미주 샌프란시스코 한인 6,500여 명이 참여해 100년 전 독립운동가의 정신을 되살린 바 있다. 반크는 이번 송헌주 선생 캠페인 또한, 선생이 생전 LA 대한인국민회관 건립에 기여하며 미주 한인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것처럼, 오늘날 LA 동포사회의 마음이 하나로 모여 100년 전 선열들의 뜻과 정신을 이어가길 기대하고 있다.

박기태 반크 단장은 “송헌주 선생은 제국주의 침략으로 나라와 국민이 고통받던 시절, 정부를 대신해 민간의 힘으로 조국의 목소리를 세계에 전한 상징적인 인물”이라며 “정부가 선생을 ‘주미 대한민국 명예 대사’로 공식 위촉해, 나라 없는 시대에도 조국을 위해 맞섰던 한 청년의 외침이 오늘날의 외교 정신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반크는 최근 LA 대한인국민회 기념재단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미주 한인사회의 독립운동과 민간외교 정신을 오늘날 디지털 시대에 맞게 계승하고 있다”며 “특히 대한인국민회는 송헌주 선생에게 각별한 의미를 지닌 곳으로, 선생은 이곳을 중심으로 미주 한인사회의 결속을 도모하고, 항일운동과 임시정부 재정 후원에 헌신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반크는 앞으로 대한인국민회와 협력해 차세대 재외동포 청소년과 청년들이 주도하는 글로벌 공공외교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100년 전 선조들이 세운 민간외교의 정신을 오늘의 시대정신으로 되살려 세계 속에서 꽃피워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클라라 원 대한인국민회 기념재단 이사장은 “송헌주 선생은 생전에 ‘우리가 할 일은 아니하고 남의 힘으로 독립을 이룰 수 없다’는 말을 남기셨다”며 “이 말씀은 외세나 타인의 도움에 기대지 않고,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나라를 되찾고 지켜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보여준다. 100년이 지난 지금, 이 정신은 여전히 우리가 되새겨야 할 자주독립의 가치이자, 세계 속에서 한국이 주체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이유를 일깨워준다”고 전했다. 이어 “오늘 LA에 살아가는 우리 동포사회 또한 송헌주 선생의 뜻을 이어받아, 직·간접적으로 대한민국의 위상과 정체성을 지켜나가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구승현 반크 연구원은 “많은 이들이 헤이그 특사로 파견된 이준·이상설·이위종 세 분은 기억하지만, 그 현장에서 그들의 절규를 세계무대에 전달한 통역관 송헌주 선생의 존재는 잘 알지 못한다”며 “당시 불과 스물네 살의 청년이었던 송헌주 선생은 언어와 용기를 무기로 삼아, 나라 잃은 민족의 외침을 국제사회에 직접 전한 외교의 숨은 주역이었다”고 전했다.


이수진 기자 sujinl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