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석포제련소 카드뮴 항소심, 뒤집기 가능할까

석포제련소 뉴시스

‘낙동강 카드뮴 유출’ 책임을 두고 맞선 영풍과 환경당국의 공방이 항소심 최후 변론 단계에 들어갔다.

환경당국은 2019년 4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석포제련소에서 특정수질유해물질인 카드뮴이 낙동강 등 공공수역으로 흘러들었다며 영풍에 약 281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영풍은 곧바로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올해 2월 서울행정법원은 “석포제련소 카드뮴 낙동강 유출 사실이 인정된다”며 영풍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법 행정3부는 20일 항소심 결심 공판을 연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양측은 PT를 포함한 구술 최후 변론에 나설 예정으로, 첫 변론이 열린 8월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1심 판결의 핵심은 ‘유출 정황의 상당성’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석포제련소 이중옹벽에서 누수 흔적이 확인됐고, 하부 바닥에서 균열이 발견됐으며, 카드뮴 함유수가 낙동강으로 흘렀다고 적시된 영풍 내부 문건도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배수시스템과 저류지 구조, 현장 단속 결과 등을 종합하면 이중옹벽·배수로·바닥 등을 통해 지하수와 낙동강으로 카드뮴이 유출됐다는 게 법원의 결론이었다.

영풍은 이러한 판단에 동의하지 않았다. 항소심에서 영풍은 1공장 바닥 균열과 2공장 침출수 배출관 경로가 구조적으로 유출을 일으키기 어렵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 바닥 아래 다층 콘크리트와 차수층이 깔려 있고, 지하수 흐름 자체도 오염 이동을 허용하지 않는 방향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영풍이 과거 자체 점검 과정에서 제출한 사진·보고서·시설점검 기록만으로도 오염 정황은 충분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직접 배출 증거가 없더라도 오염 개연성만으로 과징금 처분은 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는 점 역시 항소심에서 다시 확인될 전망이다.

문제의 시발점은 2018년 12월부터 4개월 연속으로 낙동강 하류 5km, 10km 지점 국가수질측정망에서 기준치 0.005㎎/L을 넘는 카드뮴이 검출된 데 있었다. 이후 2019년 4월 대구지방환경청의 현장 측정, 환경부 중앙환경단속반의 특별단속 등이 이어졌다. 당시 무허가 지하수 관정 다수에서 기준치 0.01㎎/L을 크게 초과한 카드뮴이 나왔고, 공장 내 지하수에서는 최대 3,326.5㎎/L까지 검출됐다는 2021년 환경부 발표도 있었다.

복류수에서도 하천수질기준 대비 15만4728배인 773.64㎎/L의 카드뮴이 측정됐고, 낙동강으로 유입된 카드뮴량은 하루 약 22kg, 연간 약 8030kg으로 계산됐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주변 오염도가 장항제련소의 수십 배에 달한다는 지적까지 제기된 바 있다.

카드뮴은 이타이이타이병으로 알려진 극심한 고통 유발 물질이자 발암 가능성이 언급되는 유해 중금속이다. 항소심 판결은 환경 책임과 산업시설 관리 기준에 중요한 기준점을 남길 가능성이 크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