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항법 믿고 딴짓하다 ‘쾅’
해경 “협수로에선 눈 떼면 안 되는데” 기본 망각한 인재(人災)

신안군 장산면 족도에서 19일 오후 승객 260여명을 태운 여객선이 좌초했다. 사진제공=목포해경

신안군 장산면 족도에서 19일 오후 승객 260여명을 태운 여객선이 좌초했다. 사진제공=목포해경



최첨단 장비를 갖춘 대형 여객선이 망망대해도 아닌 눈앞의 무인도를 피하지 못하고 들이받았다.

기계 결함도, 기상 악화도 아닌 항해사의 손에 들린 휴대전화가 사고 원인으로 드러났다.

20일 목포해경에 따르면 퀸제누비아2호는 지난 19일 밤 수동 운항이 필요한 협수로 구간 내에서 자동 운항한 탓에 무인도와 충돌이 발생했다. 해경은 퀸제누비아2호 주요 승무원을 대상으로 한 1차 조사를 실시했다.

당시 항해 책임자는 휴대전화를 보느라 수동으로 운항해야 하는 구간에서 자동항법장치에 선박 조종을 맡겼다.

사고의 전말은 황당함을 넘어 분노를 자아낸다. 배가 좁은 물길인 협수로를 통과하던 그 긴박한 순간, 키를 잡아야 할 항해 책임자의 눈은 바다가 아닌 스마트폰 화면을 향해 있었던 것이다.

배는 정직하게 입력된 대로만 갔다. 자동항법장치는 장애물을 스스로 피하지 못한다. 사람이 직접 키를 잡고 방향을 틀어야 할(변침) 시점에, 항해사는 딴짓을 하느라 그 ‘찰나’를 놓쳤다. 그 대가는 혹독했다. 육중한 선체는 그대로 섬으로 돌진했고, 평온하던 객실은 순식간에 공포의 도가니로 변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배가 기울어지는데,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 구조된 한 승객은 당시의 공포를 이렇게 회상했다.

다행히 전원 구조라는 기적 같은 결과가 있었지만, 이는 천운이었을 뿐이다. 항해사의 ‘잠깐의 방심’이 수백 명의 생명을 담보로 도박을 벌인 셈이다.

목포해경 관계자는 “협수로 등 위험 구간에서는 항로를 육안으로 확인하며 수동으로 운항하는 것이 기본 수칙”이라며, “이번 사고는 이를 무시한 명백한 운항자 과실인 만큼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업무상 과실 혐의 등을 적용해 형사 처분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목포|박기현 스포츠동아 기자 qkrqkr@hanmail.net


박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