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말리 프로필 공개, 이미 내 맘은 말렸어

서울 백암아트홀 무대에 오를 뮤지컬 ‘말리’가 올겨울 첫 공개된 캐릭터 프로필 사진으로 시선을 모은다. 제작사 주다컬쳐는 12월 20일 개막을 앞두고 출연진의 모습을 담은 이미지를 공개하며 작품의 정서를 미리 체감하게 했다.

이번 시즌 ‘말리’는 화려한 아역 시절을 뒤로하고 평범한 삶을 이어가던 18살 ‘말리’가 인형 ‘레비’의 몸을 통해 과거와 마주하는 설정을 중심에 두고 있다. 가장 빛나던 11살의 자신과 조우하는 과정이 이야기의 핵심으로, 관객에게 ‘지금의 나로 머무는 자리’에 대해 질문을 던질 공연으로 기대를 모은다.

공개된 프로필에는 루나, 박수빈(우주소녀), 김주연이 18세 말리로 등장해 각기 다른 매력을 드러냈다. 루나는 그리움이 묻어나는 눈빛으로 말리의 세밀한 결을 표현했고, 박수빈은 인형을 응시한 포즈로 복잡한 내면을 담아냈다. 김주연은 밝고 단단한 시선을 통해 캐릭터의 순수함과 희망을 담았다.

11세 ‘어린 말리’에 출연하는 김소율, 김아진, 박세윤(언더스터디)의 사진도 눈길을 끌었다. 세 배우는 아역 스타였던 시절의 밝고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그대로 전달했다. 김소율은 영리한 매력을, 김아진은 환한 미소를, 박세윤은 맑고 깨끗한 이미지를 중심으로 캐릭터성을 보여줬다.

시간의 흐름을 뒤집는 영혼이자 애착 인형인 ‘레비’는 조용휘와 조성필이 연기한다. 조용휘는 장난기 어린 표정과 동작으로 캐릭터의 활기찬 성격을 살렸고, 조성필은 신비로운 기운이 감도는 시선으로 레비 특유의 매력을 강화했다.

말리의 엄마 ‘혜리’ 역할의 이지숙과 한유란은 따뜻함과 직업적 전문성을 함께 전달했다. 두 배우는 사진 한 컷만으로도 캐릭터가 지닌 온도 차를 표현하며 공연 속 활약을 예고했다. 아버지 ‘우진’을 맡은 정의욱과 윤석원은 편안한 웃음과 부드러운 분위기로 가족 서사의 중심축을 형성했다. 이랑서, 박혜원, 백두진이 맡은 ‘조각’ 역 역시 개성적인 존재감을 예고하며 무대의 밀도를 채운다.

‘말리’는 2018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개발된 작품으로, 제15회 DIMF 창작 뮤지컬상을 수상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후 뉴욕 개발 프로그램에 선정돼 현지 극장에서 낭독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바 있다. 이번 시즌은 한국과 뉴욕 창작진이 함께 진행한 2년의 워크숍을 바탕으로 무대를 확장하고 안무·시각 요소를 강화한 점이 특징이다.

여기에 새로운 제작진이 합류해 변화를 더했다. 기존 김주영 작가와 박병준 작곡가를 제외한 창작진이 교체됐고, 브로드웨이 ‘K-POP’ 등에 참여한 김선재 연출가, ‘마리 퀴리’ ‘팬레터’의 신선호 안무가, ‘로기수’ ‘랭보’의 신은경 음악감독이 힘을 보탰다. 글로벌 무대 기준에 맞춘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는 만큼, 올해 연말 무대 중 가장 주목받는 신작 중 하나로 관심을 높이고 있다.

뮤지컬 ‘말리’는 12월 20일부터 2026년 2월 15일까지 백암아트홀에서 공연된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