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정부가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SDS)에서 론스타 배상 판정 취소 신청에 승리하면서 약 4000억 원에 달하던 부담에서 벗어난 가운데, 사모펀드의 기업·은행 인수 구조를 둘러싼 경계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외환은행 매각을 둘러싸고 불거졌던 론스타 사태의 후폭풍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슷한 구조의 ‘제2 론스타’ 우려가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경제단체 약탈경제반대행동은 최근 성명을 발표해 “은행과 기업을 사모펀드에게 넘긴 결정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론스타 사태가 보여준다”며 정부의 정책 판단 실패와 책임 회피를 문제의 출발점으로 지적했다. 특히 이 단체는 외환은행 인수 당시 정부가 부실금융기관 정리 명분을 지나치게 확장해 자격 여부가 불분명했던 론스타에 대주주 지위를 허용한 과정을 비판했다.

단체는 당시 잠재 부실을 과도하게 반영한 평가가 향후 법적 분쟁까지 이어졌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후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서도 정부가 강력한 제재 대신 재판 결과를 기다렸던 점을 문제 삼았다. 이로 인해 론스타가 “한국 정부 때문에 제때 매각하지 못해 손해를 봤다”고 주장할 빌미가 생겼다는 설명이다.

반대행동은 론스타가 외환은행 경영 과정에서 외환 전문성 강화보다는 파생상품 확대 등 고수익 중심 전략을 우선시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2012년 외환은행이 4조 원에 하나은행으로 넘어가면서 론스타는 성공적으로 투자금을 회수했으며, 이는 사모펀드 단기 투자 관행의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난 사례라고 비판했다.

사모펀드 경영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반대행동은 MBK파트너스가 운영 중인 홈플러스의 경영 악화를 대표적 문제로 꼽았다. 이 단체는 “사모펀드 MBK가 홈플러스에서 경영에 실패해 노동자·채권자·거래업체 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사모펀드의 목적은 기업 성장이나 재투자와는 거리가 멀고, 투자금 회수를 중심으로 기업을 단기간에 압박하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도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20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마트노조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K파트너스의 ‘책임투자’ 주장을 정면 비판했다. 민병덕 의원은 “이것이 김병주 회장이 말하는 사회적 책임인가”라며 “국민을 조롱하는 수준”이라고 날을 세웠다.

최근 MBK가 연차총회를 열고 책임경영을 강조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비판은 이어졌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국내 2위 유통기업이던 홈플러스가 MBK 인수 이후 급격히 흔들렸고, 10만 명 일자리가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검찰과 금융당국의 조사 진척이 없다고 지적했다.

허 의원은 “기업의 장기성장보다 투자금 회수에 집중한 사모펀드식 경영이 사태의 핵심”이라고 짚으며, 이는 단순한 기업 부실이 아니라 수십만 명의 생계를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과 금융당국이 조속히 실태를 파악하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피해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