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사화 괜찮나?”… ‘재혼황후’가 쏘아올린 메가IP 리스크

‘재혼황후’ 미공개 스틸컷 사진 | 블리츠웨이 인스타그램

스크린과 안방극장이 앞다퉈 웹툰과 웹소설 등을 원작으로 한 작품들을 선보이는 가운데, 그간 흥행이 어느 정도 보장된 것으로 여겨졌던 메가 IP(지식재산권)가 ‘더는 안전한 선택이 아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널리 알려진 IP일수록 ‘원작의 완결성을 훼손’했을때 더 큰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고 있다. 

최근 스틸컷이 공개되며 누리꾼간 갑론을박이 불거진 디즈니+의 야심작 ‘재혼황후’가 대표적이다. ‘재혼황후’는 주지훈과 신민아, 이종석, 이세영 등 초호화 캐스팅과 글로벌누적조회수 26억에 달하는 레전드 웹소설 원작을 강력한 동력 삼아 제작 전부터 큰 기대를 얻었지만, 스틸컷 공개 직후 전혀 다른 국면을 맞았다. 유럽풍 귀족 사회를 배경으로 한 원작에 우리 배우들의 일치율이 다소 아쉽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2026년 기대작 ‘재혼황후’ 스틸컷 사진제공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누리꾼들은 ‘중세 시대 연회복을 입은 한국 연기자들에게 몰입이 안 된다’는 지적과 이에 빗대 더러 문화적· 인종적 맥락없이 재연배우가 등장하는 ‘신비한TV 서프라이즈’를 거론하는 등 날 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로맨스 판타지 대서사극을 실사화하는 것 대한 우려도 있다. 웹소설 ‘재혼황후’는 동대 제국의 황후 나비에(신민아)가 도망노예 라스타(이세영)에게 빠진 황제 소비에슈(주지훈)로부터 이혼 통보를 받고, 이를 수락하는 대신 서왕국의 왕자 하인리(이종석)와의 ‘재혼허가’를 요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와 맞물려 업계 안팎에선 우리 정서와 거리가 먼 ‘서양 궁중 판타지 설정’을 시청자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라며, 웹툰·웹소설이라는 매체 만이 구현할 수 있는 ‘세계관의 감각과 확장성’을 드라마로 재현하는 데 구조적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기도 한다.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스틸컷 사진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전독시)도 이러한 한계에 부딪힌 사례다. 메가 IP란 후광을 품은 ‘전독시’는 원작과의 일치율에 대한 아쉬움 아울러 웹소설의 ‘방대한 세계관을 영화로 압축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비판 속에 손익분기(600만)에 못미치는 성적(106만 명)을 냈다.

업계 전문가는 “웹툰·웹소설이 자유로운 가상의 공간에서 거대한 서사를 구축하는 반면, 실사 작품은 예산·상영시간·세트·CG 완성도 등 물리적 제약이 적지 않다”며 “이로 인해 빚어질 수 있는 원작과 다른 호흡은 기존 팬덤에게는 더 큰 배신감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2026년 기대작 ‘현혹’ 스틸컷 사진제공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러한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인기 원작 실사작의 ‘화제성’만큼은 단연 압도적이다.
내년 공개 예정인 ‘재혼황후’는 각종 논란 속에서도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힌다.

내년 디즈니+에서 공개될 ‘현혹’ 역시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1935년 경성을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시대극으로 수지와 김선호가 출연을 확정했으며, ‘우아한 세계’, ‘관상’, ‘에이트 쇼’ 등으로 평단을 사로잡은 한재림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장은지 기자 eun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