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말고 러너가 주인공, 에버랜드 서킷 난리났다

22일, 국내 모터 스포츠의 성지로 불리는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이색 마라톤 대회 ‘2025 에버랜드 10K 서킷런’이 성황리에 개최됐다.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진행된 ‘2025 에버랜드 10K 서킷런’ 대회 현장

에버랜드 스피드웨이가 러너들로 가득 찼다. 자동차가 질주하는 국제 규격 서킷 위를 7000명의 참가자가 달리는 장면은 그 자체로 비현실적인 판타지처럼 느껴졌다.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은 22일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러너블과 함께 진행한 ‘2025 에버랜드 10K 서킷런’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고 23일 밝혔다. 국내 모터 스포츠 명소인 스피드웨이에서 러닝 대회를 여는 것은 흔치 않아, 대회 준비 단계부터 관심이 쏠렸다.

이번 대회는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풀코스 4.3km 1바퀴와 단축 코스 2.85km 2바퀴를 합쳐 총 10km를 달리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자동차 경기용으로 설계된 코너와 고저차를 그대로 경험할 수 있어 참가자들은 평지 마라톤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트랙 러닝의 묘미를 즐겼다.

참가자들은 기록에 따라 55분 이하 그룹과 55분 이상 그룹으로 나뉘어 출발했으며, 완주자에게는 기념 메달과 목표 달성 인증 아이템이 제공됐다. 10km가 부담스러운 이를 위해 1바퀴만 체험하는 ‘1 Lap 투어’ 프로그램도 별도로 마련돼 선택 폭을 넓혔다.

서킷이라는 장소 특성을 반영해 출발 전 드리프트 쇼가 펼쳐졌고, 출발 신호와 동시에 레이싱카가 선두에서 질주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돼 러너들의 환호를 끌어냈다. 서킷 사파리 투어, 오프로드 체험, 레이싱카 포토존 등 부대행사도 풍성하게 운영돼 가족 단위 방문객들의 참여율도 높았다.

종목별 남녀 1위에게는 전문 카레이서가 운전하는 차량에 동승해 드리프트와 고속 주행을 직접 체감해보는 특별 프로그램이 제공됐다. 러닝 대회와 모터 스포츠의 결합이라는 기획 의도를 가장 강렬하게 보여준 순간이었다.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관계자는 “국내 러닝 크루 문화 확산에 힘입어 서킷 마라톤을 지난해 이어 두 번째로 개최했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모터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더 넓게 퍼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