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는 시간을, 존 도우는 세상을… 연말 뒤흔들 뮤지컬 두 편

뮤지컬 ‘말리’ 캐릭터 포스터 사진제공 ｜ 주다컬쳐

12월, 두 편의 창작 뮤지컬이 막을 올린다. 아역 시절의 기억을 따라가는 뮤지컬 ‘말리’, 그리고 익명 속에 숨은 목소리를 세상 밖으로 끌어올리는 뮤지컬 ‘존 도우’가 거의 동시에 스타트한다.

뮤지컬 ‘말리’는 12월 20일 백암아트홀에서 개막한다. 작품은 아역 스타였던 과거를 잃은 채 18살의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말리가 인형 레비의 몸으로 과거와 다시 마주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가장 빛나던 11살의 자신을 대면하는 순간, 말리는 잃어버린 시간과 ‘지금의 나’ 사이에서 답을 찾는다.

2018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개발돼 DIMF 창작 뮤지컬상을 수상하고, 뉴욕 개발 프로그램에 선정돼 두 차례 낭독 공연을 올렸던 이 작품은 이번 시즌을 통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무대를 선보인다. 기존 대본과 음악의 힘은 유지하되, 안무·조명·무대 구조를 대폭 확장해 중극장 규모의 새 무대로 재탄생했다.

캐스팅 역시 주목할 만하다. 말리 역에는 루나, 박수빈(우주소녀), 김주연이 참여해 각기 다른 결의 ‘18세 말리’를 완성한다. 어린 말리에는 김아진, 김소율, 박세윤이, 시간을 흔드는 인형 레비 역에는 조용휘와 조성필이 배치됐다. 말리의 부모 역할을 맡은 이지숙·한유란, 윤석원·정의욱의 조합도 든든하다.

뮤지컬 ‘말리’는 무대 밖 확장에도 적극적이다. 원작을 바탕으로 한 웹툰 ‘말리의 어제보다 특별한 오늘’이 14일 네이버 도전만화에서 먼저 공개됐다. 1~6화가 선공개되며 말리 세계관을 시각적으로 미리 체험할 수 있게 했고, 이는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5 성장기 기초예술 기업 지원 사업’으로 제작됐다. 제작사 주다컬쳐는 향후 캐릭터·MD 개발 등으로 IP 확장을 이어갈 계획이다.

뮤지컬 ‘존 도우’ 캐릭터 포스터 사진제공 ｜ HJ컬쳐

12월 10일 대학로 NOL 서경스퀘어 스콘 1관에서 막을 올리는 뮤지컬 ‘존 도우’는 전혀 다른 결의 울림을 준비 중이다. 원작은 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영화 ‘게리 쿠퍼의 재회(Meet John Doe·2004)’. 1930년대 대공황기의 뉴욕을 배경으로, 실직 위기에 놓인 기자 앤이 사회 부조리에 항의하는 ‘존 도우’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낸 순간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한 줄의 기사에서 출발한 파문은 시민들의 움직임으로 번지고, 익명의 이름은 결국 세상을 흔드는 상징으로 자리한다.

윌러비(정동화 분),와 앤(최연우 분).

윌러비 역에는 정동화·최호승·황민수, 기자 앤 역에는 최수진·최연우·정우연이 무대에 선다. 1930년대 신문사와 거리의 공기를 살릴 앙상블 6인의 참여도 눈에 띈다. 연출 이기쁨, 작곡 이진욱, 작가 황나영이 다시 힘을 모아 초연의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이번 시즌에 맞는 질감과 템포를 정교하게 다듬었다.

12월 10일 ‘존 도우’, 12월 20일 ‘말리’. 11살의 자신과 조우하는 한 소녀의 시간 여행과 익명의 목소리가 세상을 움직이는 질문. 두 창작극이 올 겨울 관객의 시선을 어디로 이끌지 기대가 모인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