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귀멸의 칼날’, 中서 만난 암초…반일 정서에 71% 폭락

사진제공｜CJ ENM

글로벌 박스오피스를 뒤흔들고 있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귀멸의 칼날)이 세계 최대 영화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에서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중국 개봉을 발판 삼아 글로벌 박스오피스 3위권 진입을 노렸으나, 정치적 이슈에 따른 본토 내 반일 정서 확산으로 흥행에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이미 1조 원 이상 흥행 수익을 거두며 연내 글로벌 박스오피스 5위에 오른 ‘귀멸의 칼날’은 뒤늦게 개봉한 중국에서도 심상치 않은 흥행 조짐을 보였다. 개봉 전부터 홍콩 원정 관람이 이뤄질 만큼 중국 팬들의 관심이 뜨거웠고 이러한 열기는 14일 본토 개봉 첫날 1억 3700만 위안(283억 원)이란 실적으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후에도 개봉 나흘간 극장 입장권 누적 매출액은 5억 위안(1000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상영 닷새만에 흥행에 급제동이 걸렸다. 중국 현지보도에 따르면 개봉 4일차인 17일 극장 매출액은 전날(9000만 위안) 대비 6460만 위안 하락한 2540만 위안에 그쳤다. 하루 만에 71.78% 폭락한 셈이다.

이런 급락세는 일본 다카이치 총리가 “대만에서 무력 행사가 발생할 경우, 일본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한다”고 발언한 이후 중국 정부가 그에 대한 대처가운데 하나로 노골적인 ‘한일령’ 분위기를 조성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중국 내 흥행 전망도 즉각 하향 조정됐다. 현지 대표 영화 예매 플랫폼 마오옌은 ‘귀멸의 칼날’ 최종 매출 예측치를 기존 7억 4000만 위안에서 6억 1800만 위안으로 크게 낮췄다.

‘귀멸의 칼날’의 흥행 급감뿐 아니라 중국의 ‘한일령’ 기조는 일본 수입 영화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다음달 6일 개봉 예정이던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작열하는 떡잎마을 댄서즈’는 개봉이 무기한 연기됐고, 연말 개봉을 예고한 ‘첫번째 키스’도 상영이 불투명해졌다.

이와 관련해 중국중앙TV(CCTV)는 일본 영화의 시장성과와 중국 관객 정서를 고려한 신중한 결정이라고 보도했고, 신화통신의 소셜미디어 뉴탄친 경우 “다카이치 총리가 잘못된 발언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더 강한 대응 조치가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