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예산 쌍지암 주지 선묘 스님. 그는 “너무 많이 가지려 하니 행복하지 않은 것”이라며 “서울에서 200만 원 수입으로 사는 걸 시골에 오면 50~60만 원 갖고도 행복하게 살 수 있으니,  젊은이들이 시골로도 눈길을 많이 돌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 ㅣ 정태기 기자

충남 예산 쌍지암 주지 선묘 스님. 그는 “너무 많이 가지려 하니 행복하지 않은 것”이라며 “서울에서 200만 원 수입으로 사는 걸 시골에 오면 50~60만 원 갖고도 행복하게 살 수 있으니, 젊은이들이 시골로도 눈길을 많이 돌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 ㅣ 정태기 기자




흙과 함께 사는 자연친화적인 삶…“욕심 없는 삶이 행복의 지름길”
장 만들며 ‘마을기업’ 운영…“남는 것 없어 부족한 것 부처님 돈으로”
전국서 체험객들 북적…“내 마음으로 웃어야 웃음이 나타납니다”

충남 예산에는 황새가 모인다. 자연과 함께하고자 예산군은 천연기념물 황새 복원 사업을 진행했고, 이제는 황새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찾는다. 그렇게 찾아오는 이들이 마음의 평안을 얻기 위해 들르는 명소가 있다. 백월산(394m)을 등지고 있는 작은 사찰 쌍지암이다.

쌍지암은 주지인 선묘 스님이 직접 가꾼 정원수와 야생화에 힘입어 ‘아름다운 절’로 널리 알려져 있다. 지역 신도들과 선묘 스님이 재배한 식재료로 만든 ‘자연 밥상’이 사람들을 다시 오게 만든다.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가 있는 곳이다.

늘 흙이 묻은 옷을 입고 격식 없이 방문객들을 만나는 선묘 스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선묘 스님은 ‘자연 속에서 욕심 없이 살아가는 삶’에서 찾을 수 있는 행복을 강조했다.

▶쌍지암에는 어떤 분들이 많이 찾아오시나요.

“요즘은 작은 절로 ‘순례’ 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오십니다. 사회적 경제기업을 운영하며 조합원들과 친환경재배로 농사지은 고추와 콩으로 고추장과 된장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고추장 체험 같은 것도 하시고, 오셔서 제가 여러 일을 하는 걸 보시고 힐링도 하고 에너지를 얻고 가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스님도 저렇게 사는데…’ 하면서 편하게 사는 자신을 보며 뭔가 깨달음 같은 것을 느끼시는 것 같아요. 산에서는 떨어진 알밤도 내가 주워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 모습에 오히려 치유를 얻는 것 같습니다.”

▶쌍지암이라고 하면 황새마을로도 알려져 있는데 어떤 연관이 있습니까.

“예산군에서 자연 복원을 위해 황새의 생태 환경을 되살리고 있어요. 황새와 살려면 우리의 삶 자체가 자연 그대로 살아야 하죠. 농사를 지으면서도 농약이나 비료를 퍼부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 친화적으로 해야 합니다. 물론 남들이 20㎏ 수확할 때 우리는 10㎏밖에 안 나오지만, 그것이 또 귀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황새에게 좋은 거고요. 자연스러운 삶을 산다는 점에서 수행과 맞닿는 부분이 있습니다.”

▶자연에 가까운 삶이 결국 인간에게도 이로운 것인가요.

“결국은 자연과 떨어질 수 없는 게 인간의 삶인 것 같아요. 저도 여기에 오기 전에 몸이 좀 불편했는데 이곳에서 많이 치유됐습니다. 몸무게가 48㎏일 때 쌍지암에 들어왔거든요. 자연 안에서 있으니까 나도 같이 건강해지더라고요.”

▶황새와 함께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규칙 같은 것이 있을까요.

“규칙을 만드는 게 아니라 황새가 오고 나서 주민들이 자연을 따라가게 되더라고요. 물론 그 가운데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교육으로 변화되는 부분이 있었어요. 어른들도 전에는 쓰레기나 비닐들 태우던 걸 안 하게 되고. 황새로 인해 마을에 많은 변화가 있었죠.”

욕심 없는 삶의 행복

▶현대사회를 ‘행복하지 않은 삶’이라고 합니다. 부유해도 행복하지 않은 시태를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너무 많이 가지려 하니 행복하지 않은 것이죠. 서울에서 200만 원 수입으로 사는 걸 시골에 오면 50~60만 원 갖고도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젊은이들이 시골로도 눈길을 많이 돌리면 좋겠습니다.”

▶시골에서의 삶이 행복한 이유가 있을까요.

“쫓기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 수 있죠. 농사를 짓는다고 하면, 내가 지치면 안 하면 돼요. 직장에서는 다른 사람의 계획대로 살아야 하잖아요. 일에 지치면 조금 쉬웠다가 해도 되는 여유가 시골에는 있어요. 그런데 그 흙 묻히는 생활을 지레 피곤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시나요.

“저녁 8시면 자서 새벽에 일어나요. 어차피 어두워지면 일을 할 수가 없으니까. 깜깜해지면 호미 내려놓고 들어왔다가 새벽에 밝아졌나 보고 나가고. 그렇다 보니 저를 처음 아시는 분들은 저녁에 연락하시기도 하는데, 당연히 연락을 못 받죠.”

▶마을기업은 어떻게 운영하고 계신 건가요.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거예요. 대표만 저로 되어 있는 거죠. 마을에서 나는 농산물 팔고, 일자리 창출하고 하는 게 목적이에요. 손익을 따져보면 남을 게 없습니다. 오히려 부족하면 부처님 돈으로 채우고. 이번에 황새 축제할 때도 인건비 제외하면 아무것도 없었어요.”
쌍지암의 가을. 쌍지암은 황새와 자연 속에서 찾는 행복과 치유의 공간이다. 주지인 선묘 스님이 직접 가꾼 정원수와 야생화에 힘입어 ‘아름다운 절’로 널리 알려져 있다.  사진출처 ㅣ네이버 블로그

쌍지암의 가을. 쌍지암은 황새와 자연 속에서 찾는 행복과 치유의 공간이다. 주지인 선묘 스님이 직접 가꾼 정원수와 야생화에 힘입어 ‘아름다운 절’로 널리 알려져 있다. 사진출처 ㅣ네이버 블로그


편 가르기보다 모든 사람을 품어주는 사회

▶정치권을 비롯해 사회에 많은 갈등이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요.

“네 편과 내 편을 따지기 때문에 분쟁이 생기는 거죠. 누구의 편이라는 것을 내려놓고 서로 경청하려 하면 적이 없어지고 행복해집니다.”

▶이럴 때일수록 종교인들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목사님이 됐든, 신부님이 됐든 각자 종교인들이 자신이 만나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품어주면 좋겠습니다. 나에게 이득이 되어서 품어준다는 자세가 아니라 이득이 없어도 그냥 따뜻하게 얘기도 들어주고, 종교인들이 나서서 더 많은 사랑을 나눠야죠. 그렇게 하려고 종교인이 된 거 아니겠어요. 사랑을 나눌 줄 모르는 사람이 종교인이 되면 안 되잖아요.”

▶쌍지암은 모든 이들을 품는 귀의처 아닙니까. 대중에게 건네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행복해지세요.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이 없으면 절대 행복해지지 않아요. 내 마음으로 웃어야 웃음이 나타납니다. 부모가 웃지 않으면 자녀들이 불안하고, 리더가 웃지 않으면 모두가 긴장해요. 두루두루 행복해져야 합니다. 오늘 자기 역할에 충실하고, 행복해지려 노력하시길 바랍니다.”

예산 ㅣ 정태기 스포츠동아 기자 localk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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