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잉홈→고양홈’ 손열음의 ‘왼손’과 합창교향곡

피아니스트 손열음

마지막 무대가 되레 시작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고잉홈프로젝트가 고양 아람누리에서 준비한 12월 9일 공연이 그렇다. 2025년 고양문화재단 상주단체로 활동하며 여러 무대를 선보인 이들이, 올해의 마지막 장을 라벨과 베토벤으로 장식한다. 중심에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자리한다.

이번 공연은 오후 7시 30분, 아람음악당에서 라벨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으로 문을 연다. 지난 여름, 고잉홈프로젝트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같은 무대에 섰던 손열음은 이번엔 협연자로 돌아온다. 손열음이 연주하는 이 곡은 오른팔을 잃은 파울 비트겐슈타인을 위해 작곡된 작품으로, 왼손 단독 연주로 악장의 밀도와 기교를 완전히 구현해야 하는 고난도 레퍼토리다. 올해 3월 레지덴티 오케스트라와 안야 빌마이어와 함께한 녹음을 음반으로 발매한 직후, 이번 무대에서 한국 첫 실연이라는 의미까지 더해 특별함이 깊어진다.

손열음은 “고잉홈프로젝트에 큰 성원을 보내주신 고양 관객 분들께 드리는 공연이 되길 바란다. ‘왼손을 위한 협주곡’을 한국에서 연주하는 건 처음인데, 저에게는 가장 각별한 무대라고 할 수 있는 고잉홈프로젝트와 협연으로 우리의 새로운 홈인 고양에서 이 곡을 연주할 수 있어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라벨 협주곡이 끝나는 즉시, 인터미션 없이 베토벤 ‘합창 교향곡’이 이어진다. 이 작품은 지난해 예술의전당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던 고잉홈프로젝트의 대표 무대다. 올해는 단 한 곳, 고양에서만 다시 만날 수 있는 무대라는 점에서 기대가 더 크다.

특히 당시 연주자이자 지휘자였던 스베틀린 루세브가 이끈 극적 연출은 오라토리오를 연상시키며 ‘합창 교향곡’의 해석에 새로운 방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공연에서는 소프라노 홍혜란, 메조소프라노 김효나, 테너 최원휘가 지난해 호흡을 그대로 이어가고, 여기에 바리톤 이동환이 합류해 더욱 견고한 조합을 완성한다. 이동환은 한국인 바리톤 최초로 런던 코벤트 가든과 베를린 도이체 오퍼 극장 솔리스트로 초청됐다.

홍혜란은 “지난해 고잉홈프로젝트와 함께한 무대는 서로 다른 존재들이 하나의 기쁨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 그 순간이 음악이 가진 근원적 힘임을 느끼게 한 시간이었다. 올해 다시 한 번 그 감동이 재현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잉홈프로젝트는 올해 고양에서 상주단체로 활동하며 클래식 콘서트부터 갈라 무대, 학생 교육 프로그램까지 다양한 접점을 넓혀왔다. 관객과의 새로운 연결 방식을 찾으려 했던 시도들이 이어졌고, 이번 공연은 그 여정을 정리하며 마무리하는 자리다. 손열음의 한국 첫 실연, 그리고 오롯이 고양에서만 다시 만날 수 있는 ‘합창 교향곡’의 부활까지. 이 한 무대에 담긴 상징성은 공연의 기대치를 스스로 끌어올린다.

12월의 고양 아람누리는 올해 활동을 함께해 온 고잉홈프로젝트의 마지막 발걸음을 지켜보는 무대가 된다. 손열음의 연주가 열어놓는 시작점과 합창 교향곡이 그려내는 울림이 어떤 사운드의 세계를 완성할지, 공연을 기다리는 이유가 한층 더 선명해진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