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썩는 플라스틱’ PHA 영토 확장 …글로벌 기업까지 잇단 러브콜

CJ제일제당의 ‘PHA 적용 빨대’ 샘플. 사진제공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이 독자적인 발효 기술로 개발한 해양 생분해성 바이오 소재 ‘PHA(Polyhydroxyalkanoates)’의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한 포장재를 넘어 위생용품, 식음료(F&B) 용기, 스포츠 시설 등 산업계 전반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며 글로벌 ‘탈(脫)플라스틱’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6일 유한킴벌리와 협력해 PHA를 적용한 ‘빨아쓰는 생분해 위생행주’를 출시하고, 국내외 주요 카페 프랜차이즈에 ‘PHA 빨대’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PHA는 미생물이 식물 유래 성분을 먹고 세포 안에 축적하는 고분자 물질로, 토양과 해양에서 모두 분해되는 특성을 가져 석유계 플라스틱을 대체할 차세대 친환경 소재로 꼽힌다. CJ제일제당은 이번 제품군 확대를 통해 생활밀착형 제품부터 산업용 자재까지 아우르는 바이오 소재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 위생행주·빨대 상용화
이번에 선보인 위생행주는 PHA, PLA(산업 생분해 소재), 펄프를 혼합한 100% 생분해성 소재로 제작됐다. CJ제일제당, 유한킴벌리, 유진한일합섬 등 3사가 협업해 PHA를 위생용품에 상용화한 세계 첫 사례다. 기존 합성섬유 행주와 달리 석유계 소재를 완전히 배제해 미세플라스틱 발생 우려를 덜었으며, 국내 공인기관 실험 결과 45일 만에 표준물질인 셀룰로오스 대비 90% 이상 분해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제품은 ‘크리넥스’ 브랜드로 시중 마트 등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식음료 분야의 적용도 확대된다. CJ제일제당은 내년 초 커피 전문점 폴바셋 일부 매장을 시작으로 국내 다수 프랜차이즈에 PHA 빨대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 빨대는 시간이 지나면 눅눅해지는 종이 빨대의 단점을 보완해, 석유계 플라스틱 빨대와 유사한 내구성과 사용감을 구현했다. 미국 시장에서도 현지 빨대 공급 업체와 협력해 다양한 카페 프랜차이즈로 공급망을 넓히고 있다.

생활용품을 넘어 산업재 시장 진출도 가시화됐다. CJ제일제당은 최근 스웨덴 바이오 소재 기업 ‘BIQ머티리얼즈’와 손잡고 현지 축구장 인조잔디 충전재로 PHA를 적용했다. 유럽연합(EU)이 2031년부터 미세플라스틱을 발생시키는 석유계 고무 충전재 사용을 금지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친환경 충전재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이다. 이는 PHA가 소비재를 넘어 산업계 전반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CJ제일제당은 앞서 2022년 생분해 소재 전문 브랜드 ‘PHACT’를 론칭하고 화장품 용기, 올리브영 배송 포장재, 햇반 컵반 포장재 등에 PHA를 적용하며 기술력을 입증해왔다. 최근에는 미국 플라스틱산업협회로부터 ‘2025 바이오플라스틱 어워드 혁신상’을 수상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인정받았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국내외 파트너사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PHA 상용화를 확대하고 있다”며 “소비자 편의성은 물론 환경 부담 저감까지 고려한 소재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글로벌 바이오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