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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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배우 故 이순재가 유족과 수많은 동료와 후배들의 배웅 속에 마지막 길을 떠났다. 향년 91세. 약 70년 동안 방송, 영화, 연극계를 넘나들며 한국 연기사의 한 축을 세운 ‘영원한 현역’의 마지막 순간이었다.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1층에서 진행된 영결식에는 유족을 비롯해 동료 배우와 후배들이 대거 참석했다. 영결식은 개회사를 시작으로 추모사, 추모 영상 상영, 분향 순으로 진행됐다.

사회는 MBC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고인의 사위를 연기한 정보석이 맡았고, 배우 하지원과 김영철이 추도사를 낭독하며 고인을 추모했다.

추도사에 나선 하지원은 고인의 팬클럽 회장을 맡아온 인연을 기억하며 “선생님을 보내드려야 한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애통해했다. 그는 “연기에 흔들렸던 시기, ‘연기는 왜 할수록 어려운가요?’라고 여쭸을 때 선생님은 ‘나도 어렵다’고 하셨다”며 “그 한마디가 오래도록 마음을 지탱해준 가르침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작품 앞에서는 정직하게, 사람 앞에서는 따뜻하게, 연기 앞에서는 끝까지 겸손하게 살겠다”며 고인에게 헌사를 바쳤다.

김영철은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 ‘오케이 컷’ 소리에 일어나셔서 ‘오늘 참 좋았다’고 말해주실 것만 같다”고 비통함을 드러냈다. 그는 “선생님은 연기의 길뿐 아니라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준 분”이라며 “눈빛 하나, 짧은 끄덕임 하나가 후배들에게는 ‘괜찮다, 잘하고 있다’는 응원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제 편안히 쉬시길 바란다. 우리는 선생님을 오래 기억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영결식에는 김나운, 정일우, 정준호, 박상원, 이원종, 유동근, 유태웅, 유인촌, 정준하, 정동환 등 방소과 연극계를 대표하는 후배들이 대거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앞서 고인은 지난 25일 새벽 가족들의 곁에서 눈을 감았다. 고인은 서울대 철학과 재학 중 영화 ‘햄릿’에 매료돼 배우의 길을 선택한 뒤 1956년 연극 ‘지평선 넘어’로 데뷔했다. 이후 TBC 전속 배우로 발탁되며 방송계 전성기를 함께 열었고, ‘사랑이 뭐길래’, ‘동의보감’, ‘허준’, ‘이산’, ‘목욕탕집 남자들’, ‘베토벤 바이러스’, ‘공주의 남자’, ‘개소리’ 등 14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했다.

연기 인생 후반기에도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거침없이 하이킥’,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코믹 연기로 제2 전성기를 맞았고, 연극 ‘장수상회’, ‘앙리할아버지와 나’, ‘리어왕’에서는 장시간 고강도 라이브 연기를 완벽히 소화해 찬사를 받았다. 생의 마지막 해까지도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무대에 오르며 “끝까지 연기하고 싶다”는 소망을 지켜냈다. 지난해에는 KBS ‘연기대상’에서 첫 대상을 받기도했다.

고인의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지며, 장지는 경기 이천 에덴낙원.



김겨울 기자 wint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