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적대 관계의 이란인들은 자국 축구대표팀의 2026북중미월드컵을 관전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12월 6일 예정된 본선 조추첨 행사에 참석하려던 이란축구협회장에게도 비자를 발급하지 않았다. 사진출처|이란축구협회 페이스북

미국과 적대 관계의 이란인들은 자국 축구대표팀의 2026북중미월드컵을 관전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12월 6일 예정된 본선 조추첨 행사에 참석하려던 이란축구협회장에게도 비자를 발급하지 않았다. 사진출처|이란축구협회 페이스북


이란이 2026북중미월드컵 본선 조추첨식에 불참한다.

‘AP’와 ‘로이터’ 등 유력 외신들은 29일(한국시간) 이란관영 IRNA 통신 보도를 인용해 “이란축구협회(FFIRI)가 12월 6일 미국 워싱턴 DC케네디센터에서 진행될 월드컵 본선 조추첨 행사를 보이콧한다”고 밝혔다.

이란은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7승2무1패, 승점 23을 확보해 A조 1위로 본선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월드컵 출전국들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본선 조추첨식에 참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이란에겐 ‘예상된 문제’가 있었다.

미국 정부는 메흐디 타지 FFIRI 회장을 비롯한 주요 이란 축구계 인사들의 비자 발급을 거부했고 아미르 갈레노에이 감독 등 이란축구대표팀 스태프 4명에게만 비자를 발급했다. 미국 정부가 이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FFIRI는 ‘정치적 의도’가 이번 사태를 야기했다고 주장한다.

1월 출범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핵개발을 이유로 이란에게 강한 압박 정책을 시행해왔다. 6월엔 이스파한과 포르도, 나탄즈 등 이란 내 주요 핵시설을 폭격했고, 동시에 이란과 예멘, 아프가니스탄, 미얀마, 차드, 콩고민주공화국, 적도기니, 에리트레아, 아이티,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등 12개국 국민들의 미국 입국을 전면 금지하는 포고령을 내렸다.

타지 FFIRI 회장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미국 정부의 이런 행동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항상 뜻을 함께 해온 터라 드라마틱한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문제는 ‘비자 거부’가 이란만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연재해와 정치 불안에 시달렸음에도 1974년 이후 52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북중미 약소국 아이티 국민도 자국 대표팀의 월드컵 경기를 관전할 수 없다. 미국 정부는 관광·비즈니스 목적으로 입국한 아이티인 상당수가 불법 체류자로 남았다는 이유로 제재국 리스트에 올렸다.

여기에 내년 3월 대륙간 플레이오프(PO) 결과에 따라 ‘미국 비자’를 못받는 국가가 추가될 수도 있다.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은 자메이카-뉴칼레도니아전 승자와 단판승부를 이긴다면 월드컵 본선에 오르나 ‘이란 사태’와 똑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