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독점 ESS 시장 정조준…LG엔솔, LFP 국내 생산 ‘승부수’

LG에너지솔루션이 충북 오창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용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의 국내 생산에 돌입한다. 중국 기업들이 사실상 독점해 온 글로벌 ESS 시장의 ‘대세’ LFP 배터리를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17일 충북도와 ‘ESS용 LFP 배터리 국내 생산 추진 기념 행사’를 갖고, 올해 말부터 생산 라인 구축을 시작해 2027년부터 본격 가동한다고 밝혔다. 초기 1 GWh 규모로 시작해 시장 수요에 따라 증설할 계획이며,이는 국내 LFP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생태계를 육성하고 공급망을 안정화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 ‘LFP 대세’ 시장 정면승부
글로벌 ESS 시장에서 LFP 배터리는 이미 ‘완전한 대세’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 등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ESS 시장의 약 90% 이상이 LFP 배터리를 기반으로 구축돼 있으며 이 비중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원가 경쟁력이 높고, 발화 가능성 및 화재 위험은 상대적으로 낮아 안전과 가격 측면에서 ESS에 최적화된 배터리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이 북미 및 유럽 지역에서 수주한 다수의 대형 ESS 프로젝트 역시 모두 LFP 기반으로 진행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비(非) 중국권 기업 중 유일하게 ESS용 LFP 배터리 양산 체계를 갖춘 것이 최대 강점이다. 2024년 중국 난징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했고, 올해 6월부터는 미국 미시간 공장에서도 제품 생산에 돌입했다. 이러한 양산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업체들과 대규모 ESS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하고 올해 3분기 말 기준 약 120 GWh에 육박하는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신규 및 기존 고객들과의 추가 계약 논의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 ‘마더 팩토리’ 오창，생태계 허브로
LG에너지솔루션은 이 같은 해외의 ‘성공 경험과 노하우’를 오창 에너지플랜트에 그대로 이식한다는 계획이다. 오창 공장은 LG에너지솔루션의 모든 제품 개발과 제조의 허브 역할을 하는 ‘마더 팩토리(Mother Factory)’다. 김형식 LG에너지솔루션 ESS전지사업부장(상무)은 “이곳에서 ESS용 LFP 배터리를 생산하는 것은 국내 ESS 산업 생태계의 더 큰 도전과 도약을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특히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확보한 안전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LFP 제품은 LFP 셀의 높은 품질 역량뿐 아니라 자체 개발한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 기술과 모듈·팩 설계 기술이 결합된 결과물이다. UL9540A 기준을 충족하는 것은 물론, 국내 전기저장시설 화재안전 기준(NFPC607)에 따른 대형 화재 모의 시험(Large Scale Fire Test)을 통해 열폭주 상황에서도 화염 없이 연기만 관찰되고, 인접 모듈로의 전이는 발생하지 않았음이 입증됐다. 유해가스 발생, 폭압 위험도 최소 수준으로 억제되는 등 구조적 안전성을 확인했다.

이번 국내 생산 결정은 아직 양산 체계가 부족해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하던 국내 LFP 생태계 육성의 신호탄이기도 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충북도 및 국내 소부장 협력업체들과 공동 기술 개발，단계적 공급망 협력 등 사업적 교류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복원 충북도 경제부지사는 “국내 최초로 ESS용 LFP 배터리를 생산하게 된 것은 우리나라 ESS 산업 발전을 선도하는 계기”라며 “충북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이차전지 산업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