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온산 제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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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영풍·MBK 계약 내용 공개 명령
MBK 유리한 조건 있었나…가격은 비공개
고려아연 콜옵션 조건 놓고 의혹
배당 1000억 자산 이전 시 소송 변수
[스포츠동아 | 양형모 기자] 최근 법원이 영풍과 MBK파트너스 간 경영협력계약의 세부 내용 공개를 명령하면서, 고려아연을 둘러싼 ‘콜옵션 의혹’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쟁점은 명확하다. 영풍이 MBK에 고려아연 주식을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는지 여부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영풍 주주인 KZ정밀이 영풍 이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문서제출명령 신청을 받아들였다. 공개 대상은 영풍과 장형진 영풍 고문, MBK 소유 법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2025년 9월 13일 체결한 경영협력계약이다. 해당 계약은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M&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맺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계약은 체결 당시부터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영풍이 보유한 핵심 자산인 고려아연 주식 일부를 MBK에만 특정 조건으로 매수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 담겼다는 의혹 때문이다. 특히 시장에서는 ‘콜옵션’ 조항의 존재 여부와 그 조건에 관심이 집중돼 왔다.

고려아연 주식은 영풍의 재무 구조에서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영풍은 매년 고려아연으로부터 1000억 원 안팎의 배당금을 받아왔다. 3년 연속 대규모 적자와 현금창출력 저하를 겪은 상황에서 이 배당금은 영풍의 사업 운영에 핵심적인 재원이 됐다는 평가다. 이런 자산을 낮은 가격에 넘길 수 있는 권리를 특정 상대에게 줬다면 배임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영풍은 2025년 9월 12일 보유 중인 고려아연 주식 일부에 대해 MBK가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행사 시점은 고려아연 공개매수 완료일로부터 2년이 지난 날과, 영풍·MBK 측이 고려아연 이사회 과반을 확보한 날 중 빠른 시점으로 정해졌다.

문제는 가장 중요한 조건인 행사 가격이다. 공시 자료에는 콜옵션 가격이 공개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시장에서는 가격을 고정했을 가능성, 혹은 MBK의 공개매수 가격과 연동했을 가능성 등 다양한 추정이 제기됐다. 특히 MBK가 공개매수 가격을 인상한 이후, 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영풍이 낮은 가격의 매수 권리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됐다.

이에 대해 영풍과 MBK는 해당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콜옵션 가격 자체는 끝내 공개하지 않으면서 논란은 완전히 해소되지 못했다.

이번 법원의 문서 공개 명령으로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계약서 내용이 공개될 경우, 콜옵션 조건을 둘러싼 의혹의 사실 여부가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확인될 가능성이 커졌다.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한 KZ정밀은 보도자료를 통해 “영풍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고려아연 주식을 MBK파트너스에 얼마에, 어떤 방식으로 넘기는지에 대한 시장과 주주의 의혹이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언론에서 제기된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장형진 고문을 비롯한 주요 의사결정권자와 경영진은 주주대표소송과 손해배상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계약서 공개 이후, 영풍과 MBK를 둘러싼 논란이 어디까지 번질지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